왜 인문학인가
2014.07.29 16:58
수정 : 2014.10.24 20:23기사원문
삶이 힘겨울 때 경북 울진 '금강송 숲길'의 기억을 떠올린다.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신비스러운 자태의 아름드리 금강송 숲, 짙푸른 초목과 옅은 안개가 어우러진 숲길은 한폭의 산수화다. 솔향과 피톤치드 내음이 코를 찌른다. 몸은 상쾌하고 정신은 맑고 평화롭다. 더구나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소나무 특유의 고고한 기품과 절개를 느낄 수 있어 더욱 좋다. 잠시나마 속진에서 벗어나 자연의 품 안에서 충만한 자유와 행복, 정신적 삶의 가치의 소중함을 만끽한다.
조선 인조 때 학자 이식의 '소나무와 대나무가 나눈 이야기'란 한시가 생각난다. 소나무가 대나무에게 말하기를/산골짜기 가득 눈보라가 몰아쳐도/ 강직하게 머리를 들고 서 있는 나는/부러지면 부러졌지 굽히지는 않는다오./대나무가 소나무에게 답하기를/고고할수록 부러지기 쉬운 법/나는 청춘의 푸르름 영원히 지켜가면서/머리 숙여 눈보라에 몸을 맡긴다오./
나이가 들수록 소나무가 좋은 줄만 알았다가 대나무 말을 들으니 대나무처럼 사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든다. 새삼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인문학의 위기'라고 야단이더니 이제는 '인문학의 열풍'이다. 대학, 사회, 언론은 물론 기업에서도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대체 인문학이 무엇이기에 이 시대에 이처럼 유행하는지, 어떻게 인문학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지 알아보자.
먼저 인문학(人文學)이란 무엇인가? 인문학이란 인간과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 즉 문학.역사.철학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구체적으로 인문학은 사람의 본성과 세상의 이치를 알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에 관한 학문이다. 인문학은 자기성찰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열어 주고 동시에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지혜를 준다. 인문학은 본질적으로 사람이 참된 삶을 살기 위한 철학이다. 경쟁에서 이기고 돈을 벌고 생존하는데 실용적인 지식이나 수단에 치중하는 자기개발서와 구별된다.
왜 인문학의 관심이 높아지는가? 우리가 사는 세상이 변하고 사람 또한 변하는데 근본 원인이 있다. 구체적인 이유는 먼저 지나친 물질만능주의 역기능과 경제성장의 한계에 직면, 자신을 성찰하고 물질이나 경쟁보다는 여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정신적인 삶의 가치'를 중시하는 추세와 관계된다. 다른 이유는 부의 원천이 산업사회에서 지식사회를 넘어 이제는 '창조와 감성의 시대'로 이행되는 추세와 관련이 있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예에서 보듯 창조의 원천이 단편적인 지식이나 기술보다 인문학적.감성적.영적 능력이 부각되고 기업이나 사회가 그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인문학을 공부할 것인가? 먼저 인문학을 배우는 목적과 이유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인문학에서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 왜 인문학을 공부하는지가 분명할수록 필요한 것을 얻을 가능성이 커지고 열정도 강해진다. 목적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자신을 성찰하고 자신과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지혜를 얻는 것이 돼야 한다. 둘째, 인문학을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기술과 방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자신의 수준에 맞는 것부터, 좋아하는 것부터 계획을 세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배우면서 중요한 질문을 찾아내고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셋째, 배우고 생각한 것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식을 쌓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그것을 적용하고 또 활용해 자기 것이 되고 새로운 삶을 열어 가는데 도움이 돼야 한다.
"돈에 대한 욕구는 하위욕구이고 참된 삶을 향한 욕구는 상위욕구다. " 매슬로의 말이다. 현대인의 삶에서 돈을 무시할 수 없지만 돈이 전부가 돼서도 안 된다. 생존을 위한 기술과 참된 삶을 찾는 인문학적 소양이 균형을 이룰 때 인간다운 삶은 가능해질 것이다.
신호주 PWC컨설팅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