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의 시대.. 대한민국의 우울한 자화상
2014.07.31 16:44
수정 : 2014.10.24 19:18기사원문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의를 이긴다'는 말이 있다. 죽은 유병언이 대한민국의 건강을 해치려 하고 있다. 유병언의 죽음을 두고 온갖 괴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혹만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공식발표를 통해 "DNA 분석과 신장, 치아, 지문 등 신체적 특징을 대조해 볼 때 발견된 시신은 유씨가 확실하다"고 유병언의 죽음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네티즌은 물론 수많은 전문가, 심지어 야당의 유력 정치인까지 나서서 '아니면 말고'식의 수많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유씨의 시신 발견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과거 천안함 폭침을 통해 수많은 유언비어와 괴담이 생산되어 국론을 분열시키고 소모적인 논쟁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했던 과정과 놀랍게 닮아 있다.
당시에도 폭침의 원인을 둘러싸고 온갖 유언비어가 양산되고 정치권까지 가세해 장기간 소모적인 논란이 되풀이되었지만 숱한 유언비어는 끝내 진실이 되지 못한 채 유가족들에게 씻지 못할 상처만 남기고 말았다.
또다시 세월호 참사나 유병언의 죽음을 둘러싸고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일반인은 물론 정치인까지 나서서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옮김으로써 물의를 빚고 있다.
이런 일들이 세월호 사고로 슬픔과 충격에 잠겨 있는 유가족이나 실종자 가족들, 단원고 학생들, 그리고 우리 국민 모두를 위해 어떤 도움과 위안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하나로 힘을 모아 소모적인 논란을 조장하는 숱한 괴담과 유언비어를 한 점 의혹 없이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판단은 남에게 미루고 소문만 퍼뜨리는 무책임한 태도에서 벗어나는 것이 대형 사건마다 나도는 음모론과 유언비어를 멈추게 하는 지혜다.
순자의 '대략편'에서는 "유언비어를 없애려면 사람들의 입을 막을 것이 아니라 유언비어가 생기는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전한다. 국민의 58%가 '국과수의 발표마저 못 믿겠다'는 설문조사 결과는 그동안 미숙한 대처능력을 보인 정부와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의 질책이라고 겸허히 받아들이고 '결자해지'의 자세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는 불투명한 일처리가 유언비어의 근원임을 자각하고 끊임없는 의혹의 고리를 끊기 위해 더욱 명확하고 투명하게 일을 처리해야 하고 국회는 하루라도 빨리 특별법을 통과시켜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이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명확히 밝히는데 온 힘을 다하여야 한다.
아울러 수사기관인 경찰과 검찰은 세월호 참사 이후 수차례 질타받았던 불협화음을 걷어내고 정확한 수사를 통해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함으로써 땅바닥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대형 사고가 있을 때마다 되풀이되는 각종 유언비어나 음모론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못한 '불신사회'로 가는 것임을 보여주는 징표일 수도 있다. 불신이 살아있는 한 죽은 유병언이 살아 있는 국과수를 이기고 유언비어와 함께 우리 곁을 살아서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한다.
이명숙 나우리 법률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