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지의 시장, 아프리카를 공략하
2014.08.10 17:01
수정 : 2014.10.24 15:02기사원문
【 다르에스살람(탄자니아)=이병철 기자】"아프리카에서 자원만 가져갈 생각으로 접근하면 더 이상 성공할 수 없다. 지금 아프리카에 필요한 것은 제조 공장이며 금융사들이 들어오려면 개발금융 또는 틈새 시장을 노려야 한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만난 정부 및 아프리카개발은행 관계자들은 인프라 구축 없는 투자는 통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자원 개발만을 노리고 아프리카 시장에 진입하는 국가와 자본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앙골라 방식'(자원담보 차관)이 아프리카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앙골라 방식은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전략으로 불린다. 대규모 차관을 통해 국가기반시설 및 대형 인프라를 건설해주고 그 대가로 자원개발권을 획득하거나 원유 등 원자재를 직접 받는 방식이다. 박영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유럽 국가들이 아프리카에서 인프라 구축 없이 자원만 가져간 것을 아프리카 사람들은 다 기억한다"며 "최소한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의 도로, 다리 등 인프라 구축에는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스퍼 찰리 아프리카개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나이지리아, 앙골라, 모잠비크 등 천연자원이 많은 나라들은 해외 단기자본이 몰려 대규모 투자로 경제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좋지 않다"며 "선진국들은 자원만 캐서 가져가니 고용효과도 없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세계 자본 전쟁터
현재 아프리카에는 글로벌 자본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아프리카 투자는 줄지 않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2년 아프리카에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500억달러로 10년 전에 비해 2배 증가했다. 해외원조, 해외송금 등을 포함하는 아프리카 해외금융 유입 규모는 2012년 1860억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2030억달러 수준으로 9% 이상 증가했다. 또 세계은행은 2012년 기준 전체 융자의 20% 이상을 아프리카에 할당했다. 지원분야는 대규모 발전소, 도로, 교량, 수자원 인프라 등이다.
응고샤 마고냐 탄자니아 재무국 국장은 "해마다 6~9%의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아프리카에 돈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아프리카에 들어오는 자금의 출처는 유럽, 미국, 일본, 중국 자본이다. 이 중 중국의 투자속도가 가장 빠른 편이다.
중국은 2003년 7500만달러에 불과했던 아프리카 직접투자액이 2008년에는 55억달러로 5년 만에 7배 이상 증가했다. 2010년에는 나이지리아 정유공장 및 석유화학단지 개발에 230억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2015년에는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액(누계)이 400억~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금융사들이 돈을 싸들고 아프리카에 들어가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그룹 에드먼드 드 로스차일드가 아프리카 투자를 위한 사모펀드로 5억3000만달러를 조성한다고 발표했고 올 초엔 칼라일이 아프리카 남부 투자를 위해 7억달러의 펀드를 모았다.
■국내 금융 아프리카서 '걸음마'
그러나 한국의 아프리카 투자는 유럽, 미국, 중국 등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라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그나마 아프리카에 투입되는 자본도 원조 성격이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으로 아프리카에 투자된 자금의 총 규모는 20억달러다.
19개국에 55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탄자니아, 모잠비크, 앙골라순으로 투자금액이 크다.
우리나라는 아프리카에 투자한 총액도 33억달러에 불과하다. 중국의 한 해(2012년 120억달러) 투자액도 못 된다.
국내 금융기관의 아프리카 진출은 전무한 실정이다. 그나마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아프리카 진출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국한돼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대외경제협력기금 관리 때문에 탄자니아를 비롯, 2~3곳에 주재원을 두고 있다.
탄자니아만 해도 40여개 은행이 있는데 씨티은행, 바클레이스 등 세계 유수 금융사가 진출해 있다.
국내 금융권 관계자는 "아프리카는 아직까지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금융사들이 진출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프리카개발은행 관계자들은 이미 글로벌 금융사들은 아프리카에 다 진출해 있다며 늦게 진출할수록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개발금융으로 상업금융 참여 유도
결국 한국 금융기업이 아프리카에 진출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개발금융을 이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을 입을 모은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인프라 건설 없이 자원만 노리고 들어오는 금융을 극도로 꺼린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사들이 아프리카에서 승부를 걸기 위해서는 인프라 개발을 함께할 수 있는 개발금융이 답이라는 것이다.
현재 아프리카 국가들의 개발전략과 공공투자 개발계획을 보면 대부분 인프라 확충, 전력사업, 에너지 개발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주요국의 건설산업 성장률이 경제성장률보다 월등히 높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0년 아프리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6%였지만 건설업 성장률은 13.2%였다.
국내 금융사들은 여기서 답을 찾아야 한다. 현재 정부 주도의 원조자금은 규모 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를 보완하고 민간 금융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발금융 재원을 조달, 아프리카를 공략해야 한다는 것. 한국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시장재원과 정부재원을 적절히 조합해 높은 위험 때문에 상업금융만으로 진출이 어려운 아프리카 등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탄자니아 서민 은행 안가.. 한국금융 진출하려면 모기지·무역금융 노려야"
【 다르에스살람(탄자니아)=이병철 기자】 "아프리카는 금융산업 측면에서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한국 금융사들이 아프리카에 진출하려면 개발금융뿐 아니라 현지 특성에 맞는 틈새 시장을 노려야 한다."
지난 1일(현지시간) 탄자니아 수도 다르에스살렘 아프리카개발은행에서 만난 프로스퍼 찰리 아프리카개발은행 이코노미스트(사진)는 "탄자니아의 경우 국민의 14%만 은행 등 금융기관을 이용하고 있다"며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국민들의 금융기관 이용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아프리카 내에서 탄자니아, 케냐, 르완다가 글로벌 투자회사들의 주요 투자처가 되고 있어 금융업은 더욱 발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탄자니아에는 현재 40개의 금융사가 영업을 하고 있다. CRDB, NMB 등 탄자니아 대형 로컬 은행을 비롯해 씨티은행, 스탠다드 차타드, 바클레이스 등 글로벌 금융 회사들이 진출해 있다.
프로스퍼 찰리 이코노미스트는 "로컬은행과 글로벌 은행들의 영업 전략은 차이가 있다"며 "한국 금융회사들도 이를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탄자니아 내 로컬은행들은 대부분 수수료로 영업을 영위한다. 전국에 깔려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기계를 통한 수수료가 주요 수입원이다. 아울러 탄자니아의 경우 보통 예금을 맡긴 고객은 한 달에 한 번씩 수수료를 은행에 지불해야 한다. 계좌유지 수수료가 있는 셈이다. 기업 금융 역시 로컬 은행들의 주요 수입원이다.
반면, 탄자니아에 진출한 글로벌 회사들은 탄자니아 내 정부, 대사관, 중산층 이상을 타깃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프로스퍼 찰리 이코노미스트는 "로컬 금융사들과 글로벌 금융사들의 시장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영역에서 안정된 수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금융사들이 탄자니아 또는 아프리카에 진출하려면 기존 은행들이 하지 않고 있는 부분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일단 무역금융이다. 아프리카는 제조업이 발달하지 않아 대부분 무역을 통해 공산품이 수입되는 실정이다. 프로스퍼 찰리 이코노미스트는 "무역금융이 큰 시장인데 탄자니아 은행들은 이를 취급하지 않는다"며 "무역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금융을 이용하는데 이자가 10%가 넘는다"고 말했다. 또 모기지분야도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프리카 경제가 성장하면서 중산층의 비율도 높아지고 집에 대한 관심도 많아질 것"이라며 "모기지 분야도 금융회사들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