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열풍 속.. ‘중국식 갑옷·왜색논란’ 42년만에 벗는다

      2014.08.17 17:47   수정 : 2014.10.24 10:07기사원문

한국영화 '명량'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정치권에서도 단체로 영화를 관람하는 등 '이순신 배우기'가 한창인 가운데 국회 본관에 있는 충무공상 교체 사업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이순신 장군에 대한 관심으로 그치지 않고 올바른 역사인식 정립을 위해 위인들의 상징물에 대한 정확한 고증 논의가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왜색 논란에 국회 충무공상 교체

17일 국회사무처 및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의 충무공상 교체사업은 예산 확보 등 사업 진행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난 5월 본격적인 제작 작업에 착수했다. 국회의사당 2층에 세워져 있는 충무공 대리석상이 내년 초 새로운 석상으로 바뀌는 것이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공모를 통해 당선자가 선정돼 계약을 완료했고, 자문위원회와 함께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면서 "현재까지는 올해 안에 사업을 완료하기 위해 제작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 충무공상은 지난 1973년 과거 중앙청에 세종대왕 석상과 함께 설치됐다가 1986년 중앙청사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바뀐 후 1990년 국회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 이어져왔다.

그러나 언론과 국정감사에서 현 충무공상의 갑옷이 중국식이고, 검을 쥐고 이는 방식도 일본식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아울러 충무공상을 제작한 조각가 김경승 작가의 친일행적 논란이 불거지며 교체 추진이 결정됐다.
국회 충무공상 제작.교체 사업 예산은 5억5000만원이다. 작품 제작과 설치에 소요되는 일체의 사업비와 함께 기존 충무공상의 철거와 이전에 쓰이는 비용이 모두 포함됐다.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고증.자문을 하고, 관련 규정에 의해 영정.동상심의위원회의 사전 심의도 거치도록 했다.

충무공상 교체 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이들 중 한 명이 충남 아산을 지역구로 둔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이다. 아산은 충무공 영정이 모셔져 있는 현충사가 위치한 곳인 만큼 이순신 장군에 대한 정확한 고증 문제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의원 측의 설명이다. 실제 이 의원은 정책토론회 개최와 국정감사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했고, 국회의장에게 건의해 두 차례에 걸쳐 예산을 확보했다.

새로운 충무공상의 모습은 용모의 경우 정부 표준영정 1호인 '충무공 영정(장우성 작)'을 토대로 제작된다. 중국식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갑옷과 투구는 조선시대 갑주 가운데 두정갑을 기본 형태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도검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진 쌍룡검 사진을 토대로 조선시대 환도의 형태를 적용키로 했다. 패용장식과 패용 형태도 일본식이 아닌 조선시대의 사례를 적용시킬 방침이다. 새로운 충무공상의 제막식은 내년 1월께 열릴 것으로 보인다.

■철저한 역사 고증 논의 확대돼야

역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유행될 때마다 논란이 되는 것이 고증문제다. 역사적 인물을 대상으로 한 조형물도 마찬가지다. 이에 국회의 충무공상뿐만 아니라 세종로에 세워진 이순신 장군 동상도 한때 고증 오류 문제로 교체가 결정됐다 무산되기도 했다.

문제는 미흡한 고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반복적으로 생산·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초등학교에 세워진 동상까지 합하면 전국적으로 충무공 동상이 2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더불어 부족한 고증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역사인물상들은 국민에게 잘못된 역사인식을 심어주게 되고, 한 번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려진 이미지와 고정관념은 바꾸기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조선시대 무관의 상징은 칼이 아니라 활이지만 이순신 장군의 조형물은 모두 칼을 쥐고 있는 것으로 표현된 점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교체 작업에도 상당한 시간과 돈이 투입된다. 국회 충무공상 교체 작업도 5억원 이상의 예산이 쓰인다. 최종 사업 완료도 언론 등을 통해 처음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한 지난 2005년 이후 10년 만에 끝이 나게 된다.

일각에서는 고증 오류 논란에 대해 기념상을 만든 작가의 해석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다만 현재 수많은 이순신 장군상을 비롯한 역사인물들의 조형물들은 부족한 사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작가주의에 입각한 것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역사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인한 결과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사실에 기초한 조형물을 만들어야 역사성과 상징성에 부합되며, 교육적 역할도 크다는 점에서 철저한 고증을 위한 논의가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순천향대학교 아산학연구소 김일환 연구실장은 "여러 오류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순신 장군의 조형물이 재생산되면서 잘못된 이미지가 굳어졌다"면서 "이런 오류를 시정하지 않으면 고증 오류 논란은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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