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대책’ 역풍 맞은 강남·분당 “리모델링은 무슨…”

      2014.09.05 16:22   수정 : 2014.09.05 16:22기사원문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재건축 연한이 줄어든다는 발표 이후 리모델링을 찬성하던 주민 일부가 반대로 돌아섰고 리모델링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움직임도 바빠졌습니다."(서울 개포동 R공인중개소 관계자)

정부의 9·1 부동산 대책으로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면서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권과 1기 신도시 아파트 주민들이 술렁이고 있다. 지난 4월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돼 활기를 되찾았던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이 '재건축 연한 단축'이란 역풍을 만나면서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다. 5일 찾은 서울 개포동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서는 수직증축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이에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술렁

개포동 대청아파트에 들어서자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플래카드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이 단지는 리모델링 시공사 선정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반대주민들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한 주민은 "리모델링 분담금이 생각보다 많아 걱정이었는데 재건축 연한이 당겨져 다행"이라며 "아무래도 리모델링보다는 더 기다렸다가 재건축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주민은 "물론 개포동 1~4단지가 있으니까 우리 아파트까지 재건축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을 선호한다"며 "주변에서도 리모델링 찬반 비율이 반반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합 측은 재건축으로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청아파트 리모델링조합 관계자는 "리모델링을 할 때 분담금이 전용면적 51.12㎡ 기준 1억3000만원 내외인데 이 수준으로 재건축을 하려면 용적률을 400%까지는 풀어줘야 하지만 지자체에서 허락하겠느냐"며 "이번 정부 발표가 재건축에 대한 기대심리를 자극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현가능한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대청아파트는 15층 규모인 데다 용적률이 170%에 달해 세부적인 규제완화 없이는 재건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주민·업계 평가 엇갈려

부동산 현장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R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연이은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로 재건축으로 돌아갈 것 같은 분위기"라며 "지난 5월 주민총회 때 리모델링을 반대하는 흐름이 조성됐는데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상황이 반전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강남권 전체가 재건축에 들어서면서 집값은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상황을 관망하면서 재건축 가능 시점을 기다리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달리 개포동 D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용적률 문제가 있어 재건축까지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며 "리모델링이 대안이지만 이번 대책의 영향으로 주민 의견을 취합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느티마을 3·4단지는 현재 조합 설립을 준비 중이다. 이날 아파트 부녀회 모임에서 만난 주민들은 리모델링 추진과 재건축을 두고 의견 차를 보였다.

4단지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조금 더 기다려 재건축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분담금이 부담스럽고 이주비도 없는 데다 안전하게 지어질지도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반면 다른 주민은 "30년이 지난다고 재건축 사업이 바로 추진되겠느냐"면서 "지금 추진 중인 리모델링이라도 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리모델링 추진 용역업체의 한 관계자는 "애초부터 수직증축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재건축을 원하는 주민들이 있었는데 재건축 연한이 줄면서 주민들 반응이 재건축으로 쏠릴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지 인근 C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이 비용면에서도 낫지만 용적률 상한 등 문제가 있다"며 "아직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크게 반영되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pio@fnnews.com 박인옥 기자 김은희 수습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