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엇박자 정책·국회 무관심에 전기車 세계시장 점유율 1% 안돼

      2014.09.22 17:52   수정 : 2014.09.22 22:06기사원문

전기차 시장에서 정부의 정책 '헛발질'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09년 정부는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동력 중 하나로 전기차를 선정하고 내년까지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의 10%를 점유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공언은 허언(虛言)이 됐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 정책은 일관성이 없고 국회의 무관심이 계속되면서 중소기업들이 도산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한국이 부진한 사이 미국.유럽.일본.중국은 연평균 30% 수준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한국은 배터리와 전기.전자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이 선두권으로 올라갈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충전시설 설치와 전기차 보급 등으로 내수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오락가락' 정책 행보

2015년도 예산안에는 '전기차용 배터리 대여' 사업을 하기 위해 총 72억5000만원이 편성됐다.

이 사업은 버스.택시차고지, 정류장에 대용량 배터리를 비치하고, 배터리 자동교환시스템을 통해 배터리 대여서비스를 제공한다. 리스업자에게 배터리 비용(버스 1대당 약 8500만원) 및 배터리 교체시스템 비용(개소당 18억원)의 일부를 지원(자부담 60% 수준)하는 방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 25%, 지자체 25%, 민간이 50%의 자금을 투자해 총 290억원이 '전기차용 배터리 대여' 사업에 투자된다"며 "내년 상반기 중에 구체적인 안이 만들어지면 사업이 본격화될 것이며 이 사업 도입으로 전기차의 최대 약점인 높은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야기와 달리 전기차용 배터리 대여 사업이 발표되면서 업계에서는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전기차 관련 충전소 설치 및 구매 보조금 지급이 핵심정책이었다.

따라서 업계도 여기에 맞춰서 차량을 개발했는데 갑자기 정책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자동 교환을 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판되는 모든 전기차의 배터리 방식이나 장착 방식 등이 규격화돼야 한다"며 "이미 각자의 방식으로 배터리를 제작하고 차에 탑재하고 있는 상황에 정책이 바뀌어버리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응 여력이 없으며 우리만의 규격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지도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설익은 정책… 관련법안 거의 없어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 국회의 입법 지원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19대 국회 들어 전기차와 직접 관련된 법안은 단 1건 발의됐다. 지난 3월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발의한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안'으로 저속 전기자동차도 최고속도 80㎞ 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상에서는 저속전기차는 최고속도 60㎞ 이하 도로에서만 운행이 가능한 데다 시장.군수.구청장이 해당 경찰서장과 협의해 선정한 구간만 달릴 수 있다.

따라서 최고속도 80㎞ 도로에서 60㎞로 달리는 것은 속도위반이 아닌데도 저속전기차는 최고속도 60㎞ 이상의 도로에 진입조차 못하게 하고 있는 점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전기자동차 발전을 위한 중소기업 육성 및 제도적 지원 방안' 세미나에서 "얼마 전 산업부 관계자와 만났는데 (전기차에 대한 전반적인) 방향을 고속으로 잡고 있어서 이를 (저속전기차로) 다시 말하겠다"면서 저속전기차 지원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이 밖에 세부 내용에 '전기차'가 언급된 법안이 10여건 제안됐지만 주로 대기환경에 대한 규제와 함께 친환경자동차로 분류되는 하이브리드자동차, 수소연료자동차 등과 함께 전기자동차의 사용을 지원하는 내용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직 전기차 상용화에 대한 준비나 지원도 미비한 상태에서 '전기자동차에 대해 노상주차장 및 특별시장 등이 설치한 노외주차장 주차요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감면한다'는 등 업계 현실과는 동떨어진 법안도 제출돼 전기차에 대한 국회의 낮은 관심도를 나타내고 있다.

■내수 시장 활성화가 답

씨티앤티(CT&T)와 AD모터스 등 한때 주목받은 저속전기차 업체는 상장폐지와 도산에 이르는 과정을 보면 의아한 점이 있다. 이들 업체는 중국과 일본, 미국 등에 1000여대씩 수출하는 등 활발한 수출 실적을 올리면서도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은 국내 시장이 없기 때문에 활로를 찾기 위해서 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충전소 등 일반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국내 판매는 어렵고 해외 수출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인프라 부족의 현실을 알 수 있는 것이 전기 충전소 수다.
지난 2009년부터 전기 충전소 설치를 강조해왔지만 지금까지 설치된 충전 시설은 177개에 그친다. 이마저도 충전 방식이 통일되지 않아 충전이 불가능한 차량이 있고 일부 시설은 작동하지 않는 곳도 존재한다.
반면 일본은 30분에 충전을 끝내는 급속 충전소만 1300여곳에 이른다.

coddy@fnnews.com

예병정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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