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수주실적, 노사관계가 갈랐다
2014.09.29 17:02
수정 : 2014.09.29 17:02기사원문
국내 조선사 9월 수주실적이 노사관계에 따라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 업황 악화가 문제였지만 노사관계가 수주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배적 시각이다. 노사관계가 악화될 경우 수주 경쟁력에 차질이 생기고 선주사들에 부정적 이미지까지 주는 등 복합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그간 조선업계가 무분규를 전면에 내세웠던 건 외국 발주사들에 '한국기업은 강성노조'라는 이미지를 지우고 '정확한 납기 준수가 가능하다'는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였다"며 "노사관계가 악화될 경우 수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9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 조선소에 따르면 이들 3개 조선소가 수주한 9월 수주량은 총 7척, 10억7000만달러다. 이 중 9월에 가장 많이 수주한 조선소는 국내 2위 조선기업인 대우조선해양으로 총 4척의 선박, 5억7000만달러 규모의 수주를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8월 조선 빅3 중 가장 먼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타결해 24년 연속 무분규 기록을 달성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이달에 1억6000만달러 규모의 초대형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인 VLGC를 수주했다. 이 계약식에는 대우조선 노동조합 성만호 위원장이 참석하고 이 자리에서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노사 화합을 통해 세계 최고 품질의 선박을 적기에 인도해 고객사의 신뢰에 보답하겠다"며 노사관계를 강조했다.
반면 파업 수순을 밟고 있는 조선업계 맏형인 현대중공업의 9월 수주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20년 무분규 기록에 차질을 빚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9월 총 3척, 5억달러 수주실적을 나타냈다.
이 중 1척은 지난해 10월 계약한 옵션분으로 이를 포함하면 한달간 수주 실적은 더 낮아지게 되는 셈이다.
현대중공업의 현재 노사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태. 현대중공업 사측은 '신뢰 회복을 강조'하며 노조원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노조는 지난 26일 마감이었던 파업 찬반투표 마감기한을 무기한 연기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수주성적이 나빠 2위에서 3위로 밀려나 있는 삼성중공업의 9월 수주실적은 전무하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또한 '상여금 600%를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내용의 사측제시안을 거부하며 대치 중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발주사들은 대규모 자금 투입과 선박 건조에 2~3년이 걸려 노사관계 등 여러가지 조건을 따져 입맛에 맞는 조선소에 발주하게 된다"며 "노사관계 악화로 납기가 늦어지게 되면 발주사들에 부정적 이미지를 줄 뿐 아니라 회사는 위약금도 추가로 물어야 해 노사 모두에게 좋을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