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공공장소 길거리 흡연.. 피울 권리 vs. 피할 권리

      2014.10.02 21:52   수정 : 2014.10.02 21:52기사원문
#. 회사원 이미진씨(30)는 최근 출근길 횡단보도에서 흡연자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 이씨는 "상쾌한 마음으로 맞아야 할 아침 출근시간에 길거리에서 흡연자의 담배 연기 때문에 불쾌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일이 아직도 종종 있다"며 "현재 서울 등지에서 일부 거리 등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금연구역을 사람이 많이 모이는 모든 공공장소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가 담뱃값을 2000원 올리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흡연'이 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 올랐다. 지난해부터 식당이나 카페, 술집 등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고 버스정류장과 공원, 놀이터, 학교 근방에 이어 해수욕장, 하천 산책로까지 금연 구역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 역시 국민건강을 위해 흡연율을 떨어뜨리기 위한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펼치면서 흡연자들의 설 자리는 날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담배에 대한 비흡연자들의 반감은 단호하다. 기호식품이지만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 해악의 정도가 크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갈수록 궁지에 몰리는 흡연자들은 본인들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항변한다. 심지어는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을 알려주는 스마트폰 앱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파이낸셜뉴스는 이번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제를 '흡연자와 비흡연자, 공생의 길은 없나'로 정해 실태와 개선방안을 살펴봤다.

■비흡연자, "공공장소 전면 금연"

2일 파이낸셜뉴스가 현장 취재한 결과 비흡연자들이 공통적으로 문제 삼는 것은 '거리 흡연'이다. 대학생 이지원씨(22)는 "버스정류장, 놀이터 등 금연 장소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다는 게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며 지나가는 사람을 하루에 한두 번은 마주치게 된다"며 "심지어 대학 내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다"고 소리를 높였다. 운수업자 신모씨(60)는 "담배를 끊은 지 1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가끔 생각날 때가 있을 정도로 중독성이 크다"며 "건강에 좋지 않은 만큼 흡연자들의 금연을 위해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흡연자들은 "마음놓고 흡연할 공간이라도 마련해 달라"고 호소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신형철씨(28)는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모여 있길래 그 옆에서 흡연을 했지만 알고 보니 그곳은 금연구역이었다"며 "흡연이 가능한 공간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구분해 달라"고 호소했다.


■흡연자 "최소 공간이라도"

실제로 평일 점심시간만 되면 서울 강남이나 광화문 등 직장인들이 많은 지역의 이면도로에서는 무리를 지어 연달아 담배를 피우는 직장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카페나 실외공간을 알려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까지 등장했다.

직장인 이치원씨(32)는 "담배 피우는 사람을 마치 사회적으로 뒤떨어지는 집단 취급하는 듯한 느낌을 종종 받는다"며 불편한 심경을 털어놨다. 전기 기술자 정의법씨(53)는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세금도 내는 상품인데 사회가 흡연자를 마치 죄인 취급을 한다"며 "담배로 거둬들인 세금은 일정 부분을 흡연자에게도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니 흡연자들이 골목에 모여드는 '도심 속 진풍경'이 펼쳐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흡연공간설치 예산 놓고 논란

흡연자들은 정부의 금연 정책에 대해 흡연실 확대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비오 한국담배소비자협회 정책부장은 "담뱃값에 포함된 국민건강증진기금은 흡연자들이 낸 세금인 만큼 흡연부스(흡연실) 확충 등에 쓰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부장은 "담뱃값 인상으로 세수가 늘어난다면 정부는 흡연자를 위한 정책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양승조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이 발의해 계류 중인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이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공공시설에 흡연실 설치 및 운영 비용을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정부는 부정적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의 기본 원칙은 '금연'과 '건강'이다.
흡연부스 설치는 '금연' 지원이라는 방향과 원칙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김종욱 수습기자
■파이낸셜뉴스는 일상생활에서 겪은 불합리한 관행이나 잘못된 문화,제도 등의 사례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파이낸셜뉴스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fnnewscom?ref=hl) 또는 해당 기자의 e메일로 받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제보를 바랍니다.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