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짙어진 세계경제.. 유럽판 ‘잃어버린 10년’ 오나

      2014.10.10 17:43   수정 : 2014.10.10 17:43기사원문

글로벌 경제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에 이은 세 번째 위기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경기가 급랭하고 있는 유로존은 국채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 필요성까지 나올 정도다. 상품시장도 영향권에 들어섰다. 세계 경기 난조에다 정치적 불안까지 겹치면서 고수익 투자처로 꼽혔던 러시아, 브라질 펀드 수익률은 급락하고 있다.


■유럽판 잃어버린 10년 오나

유로존 경제가 초비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3%포인트 낮추고 내년도 0.2%포인트 하향조정하면서 일본식 장기불황 우려까지 대두되고 있다.

코너에 몰린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미국, 일본처럼 국채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해 추락하는 경기를 떠받치겠다는 발언까지 할 정도다.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드라기 총재는 9일(현지시간) "ECB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비통상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 주최 회동에 참석해 한 발언이다.

유로존 경제에 대한 우려는 현재 열리고 있는 연차총회의 주요 이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유럽 경제정책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 상황은 장기불황을 겪던 1990년대 중반 일본과 닮아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DC발이다.

독일의 저명한 경제연구기관 Ifo 소장인 한스 베르너 신도 유럽이 구조조정을 끝내지 못하면 일본식 '잃어버린 10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원인 분석과 처방은 각각 달랐다. 서머스는 유럽, 특히 독일은 사회기간설비(인프라스트럭처) 투자에 나서라는 IMF의 최근 권고를 따라야 한다면서 이는 결국 국채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스스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소장은 구조조정을 강조했다. 그는 CNBC에 "유로존은 유로 하에서 매우 생산적이지 못한 남유럽에 막대한 자본이 유입된 탓에 이미 10년을 잃어버렸다"면서 "지금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또 다른 10년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유로존의 경기침체는 케인스학파의 경기순환상 침체가 아닌 '근본적인 장기 구조 문제'라면서 구조조정이 선결과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IMF 토론에 참석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IMF와 서머스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유럽은 특수한 경우라면서 "일본이나 미국과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유럽의 특수성을 알아야만 한다"면서 "GDP 대비 유럽의 평균 사회보장 지출은 미국, 캐나다, 호주의 2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차갑게 식어버린 '러브펀드'

고수익 해외 펀드로 꼽혔던 러시아, 브라질 지역 펀드가 미운오리 신세로 전락했다. 인도와 함께 앞글자를 따서 이른바 '러브라인'으로 불리는 이들 국가 펀드는 화려한 백조를 열망했지만 해당 국가의 정치적 불안, 경제상황 악화 등으로 수익률 또한 차별화를 이루고 있다.

1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러브라인'과 관련된 펀드는 수익률이 국가별로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19개 인도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1.62%를 기록하며 돋보이는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에 비해 러시아펀드는 -12.89%, 브라질펀드는 2.27%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특히 러시아펀드의 경우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 수익률(-2.31%)에도 크게 떨어진다.

김두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정치 불확실성에 노출된 러시아, 열악한 재정과 노동시장의 구조적 개혁의 결과를 보이기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브라질보다는 기대감과 정책이 한곳에 집중되는 인도가 가장 긍정적인 투자처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브라인 펀드가 각기 다른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해당 국가 경제 상황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00년 10% 성장을 기록했던 러시아는 올해 2.4분기 0.7%로 정체와 다름없는 성장에 그쳤다. 브라질은 지난 2009년 이후 5년여 만에 역성장(-0.6%)했다. 반면 인도는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기록했던 9.5% 성장률에는 못 미치지만 5.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러시아와 브라질의 경제상황이 좀처럼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러시아는 상반기 미국의 에너지 제재를 받은 데 이어 8월에는 유럽연합(EU)이 러시아 국영금융기관의 채권발행(만기 90일 이상) 및 신규 주식을 포함한 금융상품 거래를 전면 금지한 상태다.


실제 지난 상반기까지 러시아에서 이탈한 자금은 750억달러로 남유럽 위기가 불거진 지난 2011년 한 해(810억달러)에 버금가는 규모다.

브라질의 경우 소비심리 개선 여부가 관건이라는 평가다.
브라질 경제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63%, 총자본형성 18% 등 내수부문이 80%에 달하는 반면 수출은 13%에 그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김용훈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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