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엔저·中 저가 공세에 휘청.. 조직개편에 내몰린 국내 기업

      2014.10.13 17:25   수정 : 2014.10.13 22:28기사원문

#. 10월 4일 현대.기아차 미국시장 점유율 5개월 만에 8% 밑으로 하락, 판매부진으로 현대차 유럽법인 임원 이탈 가속

#. 10월 7일 삼성전자 3.4분기 영업이익 4조1000억원으로 59.7% 감소, 대대적인 구조조정 착수

#. 10월 12일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3사 전 임원 사직서 제출

국내 10대 기업 총수들이 하루를 멀다하고 해외 출장길에 오르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국내에서의 부진을 탈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룹 총수들의 노력에도 실적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뒷걸음질 치면서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문제는 이 파고를 넘어설 수 있는 돌파구 마련도 쉽지 않은 답답한 상태라는 점이다.

향후 한국경제에 큰 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 완화'와 기업의 '혁신'이 속도를 내고 이를 제대로 추진해 실적 쇼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스마트폰 부진 삼성 계열사 실적↓

13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삼성그룹의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 3·4분기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8978억원, 12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10.40%, 92.67% 줄어든 수치다. 맏형격인 삼성전자가 이미 수익성이 크게 나빠진 3.4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불안감이 부품 계열사에 전이되고 있는 것. 삼성전기는 삼성전자 휴대폰에 들어가는 기판과 카메라모듈 등 핵심 부품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는 기업이다.

실적 악화에 대한 불안감 탓에 삼성그룹은 조직개편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9월에만 삼성SDI가 한계사업 정리에 따른 희망퇴직을 마무리했고 삼성테크윈은 비용절감을 위해 경남 창원 폐쇄회로TV(CCTV) 생산 공장을 폐쇄했다. 삼성전자는 노트북PC의 유럽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무선(IM)사업부 소프트웨어 인력 500명을 생활가전.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로 이동시키는 등 파격적인 인력조정을 감행했다.

■수입차 공세에 환율 변동까지 겹쳐

완성차 업계는 계속되는 수입차 공세와 환율 변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내수 부문에서는 수입차에 점유율을 내주고 있는 반면 수출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2일 발표한 '9월 자동차 산업 동향 자료'를 보면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현대차 37.2%, 기아차 30.1%로 총 67.3%에 그친다. 이는 올 들어 최저 수준이며 작년 12월 66.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수입차들은 매월 전년 대비 두자릿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수입차 판매는 1만7028대로 1년 전에 비해 34.4%나 늘었다.

더 큰 문제는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지난 1∼8월 국내 완성차업체 수출액은 306억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3.9% 늘었다. 그러나 환율 변동폭을 적용하면 수출로 번 돈은 7026억원이 오히려 줄었다. 자동차산업은 국내 생산물량의 70% 이상을 수출하는 업종으로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국내 완성차 5곳의 매출은 연간 4200억원 정도가 줄어든다.

글로벌시장에서 주로 일본차와 경쟁하는 상황에서 엔저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도요타, 닛산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적극적인 가격 인하와 인센티브 확대 전략으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또 가격이 낮아진 만큼 그동안 구매력이 부족했던 신흥시장까지 적극 진출해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는 모양새다.

■현대重 초고강도 조직개편 나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사가 실적 부진에 시달리면서 최근 업계 맏형인 현대중공업은 260명에 달하는 임원 사직서를 받는 등 초고강도 조직개편에 나섰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빅3 조선사들은 올해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올해 수주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9월까지 133억달러를 수주해 목표의 절반을 넘겼지만 다른 2개사는 50%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경쟁국인 중국은 값싼 노동력으로, 일본은 엔저를 무기삼아 시장 공략에 나선 만큼 가뜩이나 줄어든 수주시장에서 한국은 더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성장 한계… 혁신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의 성장 한계를 이야기 하며 강도높은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송원근 경제본부장은 "외적으로는 세계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내적으로는 혁신을 멀리한 기업들이 추격자들을 따돌릴 여력이 없다"면서 "정부차원의 지원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본격적인 회복 시점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기업 측면에서 강도높은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이경상 경제연구실장은 "한국 기업들이 직면한 문제의 가장 큰 이유는 '성장 한계'다.
그동안은 후발 주자로서 성장 여지가 많았지만 이제는 시장 내 1등에서 그 이상의 발전이 필요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면서 "기업을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 스스로가 어떤 의지를 갖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데 최근 상황은 각종 요구와 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글로벌시장에서 경쟁자들과 싸워야 하는데 오히려 칼날을 무뎌지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김호연 김병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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