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 초기 오페라 '나부코' 16일부터 고양아람누리

      2014.10.14 14:33   수정 : 2014.10.14 17:50기사원문
베르디의 초기 걸작 오페라 '나부코'가 16일 고양아람누리에서 막을 올린다. 국내에서 만나보기 힘들었던 작품을 고양문화재단과 대전예술의전당 공동 제작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우선 반갑다. 오페라에 연극적 요소를 결합하고 보편적인 설정으로 각색해 보다 친근하게 관객들을 만난다는 점은 더 반갑다.

고양문화재단은 개관 초기부터 지역 문예회관들과 협업으로 대중성과 예술성을 고루 갖춘 오페라 제작에 힘써 왔다. 2008년 오페라 '토스카'를 시작으로 지난해 '카르멘'까지 매년 채워진 무대가 그 결실이다.
오케스트라나 합창단을 보유하지 않은 공공극장에서 매년 200명 이상의 제작진과 출연진을 섭외해 신작을 올림으로써 순수예술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올해는 국내 무대에서 생소할 수 있는 오페라 '나부코'를 선보이기 위해 전문가 강연과 토론 등 보다 철저한 작품분석을 거쳐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바꿨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강한 종교적 색채를 중화시킨 점이다. 구약성서에서 히브리인들이 바빌론에 강제로 끌려간 '바빌론 유수' 사건이 중심 내용인데, 바빌론의 정복왕 나부코와 히브리인의 충돌을 단순히 이교도와 기독교의 대립이 아닌 다른 가치관의 두 세계의 갈등으로 바라본다.

연극 '모범생들' '히스토리 보이즈', 뮤지컬 '아가사' 등으로 각광받은 신진 연출가 김태형의 기용도 한몫했다. 논리성을 중시하는 그는 나부코와 히브리인을 각각 물질·기계문명과 정신·자연문명을 대변하도록 설정했다. 즉 히브리인을 배척하고 억압하며 스스로를 유일신이라 자부하던 나부코가 잘못을 깨닫고 동화되는 과정이 종교적 회개와 개종이 아닌 물질문명이 자연문명의 가치를 깨닫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개 오디션으로 신예 성악가들을 발굴하는 시스템은 올해도 유지했다. 나부코 역의 바리톤 김진추와 여주인공 아비가일레 역의 소프라노 박현주 등 정상급 성악가들과 함께 두 번의 평가를 거쳐 선발된 이승왕과 오희진 등 차세대 주역들이 무대에 선다.
또 베르디의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인 합창으로 꼽히는 '나부코'의 '가라 내 마음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일명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는 고양시립합창단과 경기필하모닉의 연주로 듣게 된다. 공연은 오는 18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24∼26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2만~7만원. 1577-7766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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