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노사우르스보다 흉폭한 공룡의 정체, 국내 연구진이 풀었다
2014.10.23 02:00
수정 : 2014.10.23 02:00기사원문
7000만년전 지구에 등장한 데이노케이로스는 물가에 자라는 고사리와 물고기를 섭취하면서 후기 백악기를 누린 잡식 공룡임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진 것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지질자원연) 지질박물관 이융남 관장(54) 연구팀의 연구성과가 '거대한 타조공룡류인 데이노케이루스 미리피쿠스의 오랜 수수께끼 해결'이라는 제목으로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네이쳐'에 23일 게재됐다. 한국인이 주도하여 연구한 고생물학 논문이 네이처지에 게재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세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연구결과 일 뿐 아니라, 공룡연구의 변방인 우리나라에서 국내연구진 주도로, 데이노케이루스가 실제 어떤 공룡이었는지를 명확하게 밝혀내 의미가 크다.
■ 공룡학계 미스테리 데이노케이루스
데이노케이루스는 1965년 몽골 고비사막에서 2.4m에 달하는 거대한 양 앞발 화석으로 발견되면서 처음으로 학계에 등장했다. 이를 최초로 발견한 폴란드의 과학자 오스몰스카는 티라노사우르스의 앞발보다 2배이상 큰 것을 보고는 데이노케이루스 미리피쿠스(Deinocheirus mirificus), 그리스어로 '독특한 무서운 손'이라는 학명을 붙였다. 이후 50년간 새로운 표본이 발견되지 않아 공룡학계 최대의 수수께끼로 남아있었다.
거대한 크기의 앞발은 학계의 전문가나 공룡마니아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이 상상 혹은 기대했던 일반적인 데이노케이루스의 모습은 거대한 앞발을 가진,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더 큰 지상 최대의 육식공룡이었다. 일부에서는 큰 앞발로 나뭇가지를 당겨 풀을 먹는 초식 공룡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머리뼈가 발굴되지 않은 상태여서 복원도마다 다양한 얼굴로 묘사됐다.
하지만 이 관장 연구팀은 데이노케이루스가 전체 길이(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약 11미터, 몸무게 약 6.4t으로 티라노사우루스와 비슷한 크기에 타조공룡류에 속하는 잡식공룡임을 밝혔다.
이 관장은 "위내용물이 담긴 화석을 분석한 결과 물고기 잔해와 함께 식물 섭취를 돕는 위석도 발견됐다"며 "머리뼈의 경우 초식공룡의 특징을 갖췄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잡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올 고생물학계의 뜨거운 감자
이번 연구결과는 올해 고생물학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처는 이 관장 연구팀의 논문을 금주의 주목받는 논문으로 선정해 소개했다.
이번연구는 2006년 7월1일부터 20011년 6월30일까지 꼬박 5년동안 한국-몽골 국제 공룡탐사대의 결과물이다. 국제 공룡탐사대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공룡 탐사이자, 10개국의 학자가 참여하는 최초의 다국적 탐사였다.
연구팀은 몽골 고비사막에서 발굴한 데이노케이루스 두 개체의 몸통 화석과 1965년 발견된 팔 골격, 그리고 지난 5월 몽골로 반환된 두개골과 발 골격을 바탕으로 데이노케이루스의 완전한 복원도를 구현해냈다.
복원도를 통해 본 가장 큰 형태적인 특징은 오랫동안 이 공룡을 상징해오던 긴 앞발, 그리고 기다란 주둥이에 오리처럼 넓적한 부리가 발달한 머리다.
이 관장은 "논란이 됐던 긴 앞발과 낫처럼 생긴 앞발톱은 물가에 낮게 자라는 초본성 식물(줄기가 연한 식물)을 파고 모으기 위한 구조였을 것"아며 "타조공룡의 식습에 대해 알려진바 없으나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잡식했을 가능성이 농후해졌다"고 설명했다.
■도굴된 화석 되찾아 연구 선례 남겨
도굴됐다가 이번 연구를 위해 기증된 두개골과 발뼈 화석의 사례는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중요한 화석들이 과학의 발전을 위해 어떻게 처리돼야 하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고생물학계의 찬사를 받았다.
논문의 제1저자인 이 관장이 이끈 연구팀은 화성시가 지원한 한국-몽골 국제공룡탐사 프로젝트를 통해 2006년과 2009년, 몽골 남부고비사막의 알탄울라와 부긴자프 지역에서 두 개체의 새로운 데이노케이루스 표본을 발굴했다. 하지만, 부긴자프의 표본 중 머리뼈와 발뼈는 이미 도굴된 상태였다. 그러던 중 이미 유럽의 한 개인이 데이노케이루스의 도굴된 뼈들을 소장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소유자에게 이 뼈들을 기증 형식으로 몽골에 반환할 것을 설득했고, 지난 5월 1일 데이노케이루스의 머리뼈와 발뼈가 몽골로 반환됐다. 마침내 데이노케이루스의 골격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가 확보됐고, 연구팀은 데이노케이루스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었다.
이 관장은 "공룡학계의 커다란 숙제를 해결하게 되어 고생물학자로서 매우 영광"이라며 "이번 성과가 침체되어 있는 우리나라 고생물학이 발전하는데 작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화성시 채인석 시장은 "화성시의 지난 10년간의 지원을 통해 커다란 성과를 보여준 지질자원연에 감사드리며, 이관장의 헌신과 열정이 이루어낸 최고의 성과물"이라며 "한-몽 공룡탐사에서 발견된 화석들은 향후 화성시 송산면 공룡알화석지에 건립될 공룡화석 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bbrex@fnnews.com 김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