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선두 현대차, 인프라 미비로 주도권 뺏길 판
2014.10.26 14:34
수정 : 2014.10.26 21:33기사원문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에 성공하고도 국내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6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에 투싼 ix FCEV(수소연료전지차)를 출시한 뒤 현재까지 판매량은 15대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관계자는 "광주광역시에 15대를 판매하는 것을 시작으로 서울시, 충남, 울산시를 비롯한 지자체 등에 40여대를 판매할 계획이었으나 지자체들이 구입을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광주시조차 15대를 순차 구매 형식으로 구입해 15대를 채우지 못하는 등 총 판매량이 매우 저조한 상태"라고 밝혔다. 투싼 ix FCEV는 국내 판매에 앞서 올 초 유럽에 먼저 진출했는데 1월부터 9월까지의 판매량이 27대에 그쳤다.
판매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1억5000만원이라는 부담스러운 가격 탓이다. 현대차는 수소차 보급이 늘어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되면 가격도 차츰 낮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인프라 구축 속도가 느려 대중화의 길이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총 11개의 수소 충전 시설이 있으며 연내 2개가 추가될 예정이다. 현대차가 2025년까지 총 1만대 이상의 수소차를 국내에 보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만큼 아직 시간은 남아있지만 문제는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수소차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토요타는 세단 타입의 신형 수소연료전지자동차 'FCV(Fuel Cell Vehicle)'를 출시했고, 이어 이달 파리모터쇼에서 대대적으로 전시회를 가졌다. FCV는 내년 초 일본에서 본격 판매에 돌입하며 여름께 미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FCV의 가격은 7000만원대로 책정돼 투싼 수소차보다 훨씬 저렴하다.
일본 정부는 현지 인프라 확충을 통해 수소차 보급률을 높이면 생산량이 늘어나고 더불어 가격도 한층 낮아질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 수소 충전소 설치에 적극 나서는 것도 세계 수소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자동차협회(JAMA)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연내 100여개의 수소 충전소를 설립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72억엔의 예산을 확보했다. 충전소는 4개 주요 도시와 이들을 잇는 고속도로를 따라 우선 설치될 예정이다. 결국 올해 1월부터 수소차 시판에 나선 현대차는 내년 초부터 수소차 시판에 나서는 일본보다 1년가량 앞섰지만 충전 인프라는 일본의 13%에 불과한 상황에 처한 셈이다.
유럽과 미국 등 자동차 선진국 역시 수소차 시장 선점을 위한 충전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독일은 2015년까지 100곳의 충전소를 세울 계획이며 미국은 캘리포니아에만 68개의 충전소를 보급할 계획이다. 대다수 선진국들이 2015년을 기준으로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반면 우리 정부의 시계는 2025년에 맞춰져 있다.
환경부는 2020년까지 수소 충전소 10개를 추가 건설하고 2025년에는 수소 충전소 200개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도요타 등 경쟁사들은 이미 중국 등 큰 시장에 진출해 과실을 다 거둔 상태일 것"이라면서 "세계 최초 수소차 개발이라는 타이틀을 활용하려면 보다 공격적인 지원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