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ADHD 아이들

      2014.11.05 16:56   수정 : 2015.01.19 15:44기사원문

A교사는 가족끼리 친하게 지내는 사이다. 30년 넘게 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여선생님이다. 자주 만나는 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최신 초등학교 동향(?)을 듣게 된다. 그런데 갈수록 애들 다루기가 힘들다고 토로한다.

요즘 애들은 옛날과 달리 순진한 맛이 사라지고 어떤 애들은 너무 영악해 혀를 내두를 정도란다.
그거까지는 그럭저럭 참을 수 있는데 정말 골칫거리가 있단다.

현재 1학년 담임인 A교사의 반에는 말썽쟁이가 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은 아예 듣지도 않고 장난을 치는 것은 물론 아무나 발로 차고 소리를 질러 학습 분위기를 망친다는 것이다. 특히 조그마한 불편함에도 참지 못하고 분노를 나타낸다고 한다. 이른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은 아이다. ADHD는 과잉행동을 자주 보이고 주의 산만과 충동성, 학습장애가 동반되는 소아청소년기의 정신과적 장애로 알려져 있다

A교사는 진단을 받지는 않았지만 ADHD 성향을 보이는 아이들이 반마다, 학교마다 적지않다고 걱정했다. 이런 애들은 통제불능이어서 다른 아이들이 피해를 본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 진료통계를 보면 지난 2009년 19세까지 유아 및 청소년 환자는 5만명 정도였으나 지난해는 약 5만5000명 수준으로 4년 사이에 10%나 증가했다. 진료받지 않은 숫자는 확인할 길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훨씬 많은 아이들이 ADHD 질환을 갖고 있을 것이다. 20세 이상 성인도 2009년 1151명에서 4년 만인 2013년 3132명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질환의 발생원인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뇌의 불균형에 의해 ADHD가 발생한다. 임신 중의 술과 약물, 페인트나 납 등 중금속의 노출이 원인이 되고, 인공색소나 뇌손상 등이 과잉행동을 유발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부모의 과잉보호나 사라진 체벌도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즉, 무서운 사람이 없기 때문에 안하무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무서운 선생님 앞에서는 비교적 얌전해진다고 전한다.

전문의들의 말을 들으면 ADHD 증상은 커가면서 철이 들면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경우가 많고 성인 ADHD로 이어지는 경우는 5∼10% 정도라고 말한다. 성인 환자들의 경우 무단결근을 하거나 책임감이 없는 행동을 하는 등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대개의 경우 ADHD 환자로 진단을 받아도 운동을 하거나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으면 큰 문제 없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8관왕을 기록한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유년기 ADHD를 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부모가 수영을 시켰다. 이처럼 ADHD는 치료만 잘 하면 문제 될 게 없다.

현재 정부는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증진사업'에 따라 저소득층이고 본인이 원할 경우 병원비와 약물치료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다. 그 이후부터는 모두 부모들의 몫이다. 어떤 부모들은 돈만 받고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다. 학교에서 뇌의 균형을 맞춰주는 운동치료 등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해주고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A교사의 말이 귀에 맴돈다. "약을 먹고 온 날에는 얌전하기는 한데, 약 먹은 병아리처럼 아이가 힘이 없는지 책상에 엎드려 있기만 해 안타까워요."

cha1046@fnnews.com 차석록 생활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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