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 묵직한 선율로 나를 그린다
2014.11.05 17:56
수정 : 2014.11.05 22:29기사원문
얼마 전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의 손'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 한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궜다.
바이올린 현을 잡는 손가락 끝이 모두 검게 패고 뭉툭해진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사진)의 손이었다. '천재'라는 수식어 뒤에 숨은 엄청난 노력을 보여주는 그의 손은 감동을 안겼다. 박지혜를 만나자마자 손 얘기부터 물었다. 그는 무척 쑥스러워 했다.
"엄마는 늘 저에게 네가 타고난 재능이 있다면 연습하는 재능일 거라고 하세요. 무대에 서는 모든 순간이 감사하고 그 순간을 위해 언제나 최선의 노력을 하는 편이죠."
박지혜가 그 손으로 자신의 자화상을 그린다. 오는 10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에서 열리는 독주회 '자화상'을 통해서다. TV에서, 거리에서 대중들에게 편안히 다가가던 모습이 아닌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는 의미다.
프로그램 역시 베토벤 스프링 소나타, 생상 죽음의 무도, 슈베르트 환타지 등 무거운 클래식으로 구성했다. 11월 중 발매 예정인 그의 새로운 음반에 담긴 곡들이기도 하다.
그는 "그동안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으로 많이 인사를 드렸다면 이번 공연 프로그램은 정말 깊이 있는 클래식으로 선정했다"며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곡을 꼭 듣고 싶어하는 청중들에게 들려드리기 위한 무대"라고 설명했다.
박지혜는 이미 세계적인 음악가다. 독일 칼스루에 국립음대 대학원 최고과정을 졸업하고 2011년 뉴욕 카네기홀 한국인 최초 시즌 개막 독주회를 펼쳤다. 올해는 세계 10대 음악 페스티벌 중 하나로 꼽히는 '멕시코 페스티벌'에 첼리스트 요요마에 이어 메인 아티스트로 초청되기도 했다.
지난 2003년부터 박지혜와 함께하는 바이올린은 독일정부 소속 명기 '페트루스 과르네리'다. 이 악기를 연주하고 싶은 음악가들이 매년 콩쿠르에 참가할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무대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 10월에는 독도에서 자신이 직접 편곡한 '지혜 아리랑'을 연주했고 울릉도에서는 도민들을 대상으로 작은 콘서트를 열었다. 복지시설과 교회, 구민회관 등을 포함해 그는 연간 180여회 공연을 소화한다. 이틀에 한번 꼴로 무대에 서는 셈이다.
클래식이 어려운 관객을 위해 트로트곡 '무조건'도 맛깔나게 연주하고 '오빠생각' '섬집아기'와 같은 동요를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로 선사한다.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어떤 무대든 가리지 않을 생각이에요. 관객이 누구든 진심을 다해 연주하고 그 중 한분이라도 제 음악을 통해 위로를 받고 다시 힘을 낼 수 있다면 그게 감사할 뿐입니다."
그는 '아이바이올리너(i-Violiner)'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처럼 관객이 원할 때 언제나 편히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제공하는 것이 꿈이다.
"국적,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자꾸 찾게 되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위로와 힘이 필요할 때 찾게 되는 박지혜만의 음악 장르를 만들고 싶습니다."
박지혜는 내년 이탈리아 국제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새로운 인생을 연다. 독일에서 태어나고 독일에서 자랐지만 최종 꿈은 한국에서 후학을 키우는 일이다.
"평생을 독일에서 살았지만 한국이 늘 그리웠어요. 이제 한국 대학에서 후학을 키우면서 한국에 살고 싶어요."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