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노키즈 존' 논란

      2014.11.06 15:09   수정 : 2014.11.06 17:23기사원문


#1. 휴일에 아이를 데리고 모처럼 동네 맛집을 찾은 주부 A씨(35)는 기분만 상했다. '유모차 출입금지'라는 주인의 말에 '아이가 잔다'며 양해를 부탁했지만 돌아온 것은 "유모차는 밖에 세워두라"는 냉정한 답이었다. A씨는 "식당이 좁아 유모차가 들어갈 수 없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사람도 별로 없었고 아이가 자고 있다는데도 '절대 안된다'는 것에 이해할 수 없다"며 씁쓸해했다.

#2. 경기도 광교신도시 주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B씨(22)는 "애들이 정말 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주부 손님들이 데리고 온 아이들이 각종 사고를 치기 때문이다. B씨는 "아이가 카페를 뛰어다녀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다가 어디에 부딪히거나 사고가 나면 카페 탓을 한다"며 "저번에는 치킨까지 시켜서 4~5시간을 놀다간 아줌마들도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최근 일부 식당과 카페 등이 '미취학 아동 출입 금지'를 선택하면서 '노키즈 존(No Kids Zone)' 논란이 뜨겁다.
'노키즈 존'이란 5세 미만.미취학 아동.유모차 등 조건은 다소 다르지만 어린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곳을 말한다. 서울의 일부 카페나 식당, 술집이 많은 유흥가 지역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것이 서울과 수도권 전역으로 늘고 있다.

이들이 '노키즈 존'을 선택하는 것은 부모와 함께 찾은 아이들이 뛰고 울고 소란을 피우면서 사고 발생 위험이 크고, 다른 고객들의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키즈 존'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결국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을 향한 차별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이번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제를 '노키즈존 논란, 차별일까 구별일까'로 정하고 그 실태를 짚어봤다.

■"기저귀 갈고 싸우고…민폐"

최근 한 포털의 커뮤니티에 '호프집에 갓난아이 데리고 온 부부' 사연이 올라오면서 '노키즈 존'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호프집 알바생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갓난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가 '아기 의자'와 '아이가 먹을 음식'을 요구하면서 결국 실랑이로 번진 사연을 전했다. 이를 두고 "왜 술집에 애를 데리고 오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술집이 노 키즈 존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진 것.

사실 인터넷 커뮤니티 몇 군데만 들어가 봐도 이런 사연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가장 많이 나오는 사례가 '식당에서 기저귀를 갈고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갔다', '카페에서 전시된 상품을 깨부수고 오히려 애 다쳤다고 비난했다', '아이가 뛰어다니는데도 전혀 제지하지 않더라' 등이다.

최근 경기도 수원의 한 고깃집에서 식사를 한 김모씨는 "뜨거운 불판이 오가는 식당에서 5~6살 되는 아이들이 고성을 지르면 뛰어다는데 부모들이 쳐다보지도 않았다"며 "불편이라기 보다는 안전 때문이라도 '노키즈 존'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키즈 존'에 찬성한다는 주부 한모씨는 "얼마 전 친구들과 카페를 갔었는데 옆 자리의 한 엄마가 4~5살짜리 남자아이 소변을 그 자리에서 페트 병에 보더라. 아이가 있는 나도 눈살이 찌푸려지던데 아직 미혼인 친구들은 경악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도 안산의 한 디저트 카페는 이달부터 미취학아동은 출입이 안된다는 공지문을 홈페이지에 띄웠다. 이 카페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난처한 상황들이 많았는데 그 중의 상당수가 영유아를 동반한 손님들이었다"며 "많은 고민 끝에 11월부터 아동 동반한 손님은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불편 이해하지만 결국은 차별"

'노키즈 존'에 찬성하거나 이해한다는 어린 아이들 둔 부모도 많았지만 "지나친 것 아니냐"며 씁쓸하다는 의견도 상당수였다. 주부 조모씨는 "오히려 갈 수 있는 곳과 갈 수 있는 곳을 구별할 수 있으니 효과적"이라면서도 "약간의 불편함도 감수하지 못하겠다는 세상이 참 각박해졌다"고 털어놨다.

3세 된 딸을 둔 워킹맘 이모씨는 "같은 돈을 주고 서비스 받는 것이니 다른 사람들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출입 자체를 막는 것은 사실 굉장한 차별 아니냐"며 "술집이나 공연장 등은 출입 제한이 당연하지만 식당이나 카페 등은 흡연 구역처럼 '아이들 전용·보호 구역을 만들면 되지 않나"고 지적했다.

주부 이모씨는 "며칠전 아기와 함께 지하철을 탔는데 아기띠 안의 아기가 자고 있었음에도 어린 여자들이 '미쳤다고 아기데리고 공공장소에 왔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당황했다"며 "너도나도 노키즈존이 되면 애 엄마들은 집안에만 있으라는거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회사원 최모씨는 "노키즈존의 진정한 의미는 결국 '무개념 부모 출입금지' 같다.
얼굴만 봐서는 알 수 없으니 아이들을 출입금지시킨 것"이라며 "그러나 일부때문에 아예 모두를 출입금지하는 것은 대안이 아니지 않나"고 꼬집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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