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향 LPGA 미즈노클래식 우승 때 사용한 그 볼, 볼빅 '컬러 골프볼' 글로벌 인지도 '껑충'
2014.11.11 10:02
수정 : 2014.11.11 16:47기사원문
한국 여자프로골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같은 논리라면 국산 골프 용품도 태권도나 양궁처럼 전 세계 골퍼들로부터 큰 인기를 누려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근본적 원인은 국산 골프용품 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홀대와 골퍼들의 맹목적 외제품 선호 소비성향 때문이다.
지난 9일 일본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미즈노클래식서 무명에 가까운 '투어 2년차' 이미향(21)이 정상에 올랐다. 다른 많은 우승보다 이미향의 우승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그가 국산 골프볼(볼빅)을, 그것도 미국과 세계 골프용품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일본에서 일궈낸 쾌거라는 사실 때문이다.
볼빅 볼을 사용하는 선수가 LPGA투어서 우승한 것은 지난해 이일희(26)가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에서 처음 우승한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특히 이번 대회는 공동 2위와 4위에 오른 이일희와 최운정(24)이 모두 볼빅 후원 선수였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이미향은 우승 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에서 국산 볼빅의 위상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우승으로 보답하게 돼 기쁘다"며 "국산 골프볼에 대한 편견이 아닌 글로벌 브랜드 볼빅이 된 것 같아 소속 선수로서도, 우승자로서도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공동 2위를 기록한 이일희도 "일본 선수들과 갤러리가 볼빅 컬러볼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비거리가 대단하고 그린에서 잘 멈춘다고 칭찬이 자자했다"고 당시 뜨거웠던 현지 반응을 전했다.
볼빅은 지난 1980년 론칭됐다. 뛰어난 기술력과 다양한 제품군으로 수많은 국내외 특허를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국내 시장이 침체된데다 매출 대부분을 해외 수출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볼빅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은 지난 2009년 문경안 볼빅 회장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부터다. 문 회장은 공격적 마케팅으로 인수 1년만에 3%에 그쳤던 국내 시장 점유율을 30%로 높였고 매출액 또한 인수 전에 비해 10배 늘어난 270억원을 찍었다. 문 회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컬러볼이 대박을 터뜨렸던 것이다.
볼빅은 세계무대 공략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해왔다. 지난 201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와 마케팅 파트너 협약식을 체결한 것은 그 일환이다. 이 협약에 따라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숍라이트 LPGA 클래식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캐디들이 입는 캐디복에 볼빅 로고를 부착하고 2부 투어인 시멘트라 투어 등을 후원했다. 미즈노클래식에서 정상에 오른 이미향이 시멘트라 투어 상금랭킹 상위권 자격으로 LPGA투어에 진출한 경우다.
미국 주니어골프 프로그램 후원, 외국인 선수 후원 등도 글로벌 브랜드화를 위한 전략이다. 볼빅은 현재 10명의 LPGA투어 선수를 후원하고 있다. 그 중 외국인 선수는 포나농 파트룸, 티다파 수완나푸라(이상 태국), 린지 라이트, 빅토리아 엘리자베스(이상 미국) 등이다.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볼빅은 내년에는 전 세계 40여개국에 볼빅 골프공을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문 회장은 "이일희가 LPGA투어서 첫 우승한 이후 미국 내에서 볼빅의 인지도가 크게 상승했다"며 "이번에 일본에서 열린 LPGA투어 미즈노 클래식에서 우승한 이미향 외에도 여러 명의 후원 선수가 상위에 대거 입상하면서 볼빅의 인지도가 더욱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