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불황.. 삶이 바뀐다

      2014.12.15 17:29   수정 : 2014.12.15 22:11기사원문

#.경기침체와 초저금리 시대가 되면서 소비와 금융·부동산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는 전통적 수입명품이나 고가제품을 외면하고 있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실속형인 제품에는 지갑을 열고 있다. 또 사상 최저수준인 금리와 50~60대 베이비부머들의 생계형 창업이 급증하면서 수익형 부동산인 상가가 인기를 끌고 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은 그나마 3%대 금리라도 보장해주는 3년 이상 정기예금에 몰리고 있다.

■ 여윳돈 묶어놓고 3년이상 정기예금 규모 10년만에 최고

경기불황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서민들의 예금행태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3년 이상인 장기성 정기예금 규모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초저금리 기조로 수신금리는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이라지만 만기를 조금이라도 늘려 푼돈 이자라도 확보하겠다는 목적에서다.

무엇보다도 투자를 위한 대외 불확실성까지 지속되자 '일단 묵혀두고 보자'는 심리까지 작용하면서 정기예금에 몰리는 대기자금 규모 역시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1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만기 3년 이상 정기예금의 총수신액(말잔기준)은 10월 말 현재 17조201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4년 10월(16조5398억원) 이후 최대치다.

특히 13조4598억원으로 집계됐던 지난해 10월과 대비해서도 1년간 3조 7421억원이나 늘었다. 12조~13조원대를 유지하던 지난 2012년과 비교해서도 급증한 수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 경기가 호조세를 보인다지만 지역별 격차도 심한 데다가 펀드 사태 등으로 인해 원금손실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인 투자자들의 경우 그나마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장기예금에 돈을 넣어두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단기 부동자금은 757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각종 통화 정책이나 재정 기반을 확립해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당국의 기대와는 달리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 보니 연 금리 3~4%대에 이르는 저축은행 특판 상품들은 출시되자마자 완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gms@fnnews.com 고민서 기자

■작은 사치로 기분내.. 홈쇼핑, 립스틱 등 불황형 상품 인기

경기침체로 올해 홈쇼핑에서 '불황형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가격이 저렴하고 실속형 제품에 소비자가 지갑을 연 것이다. 특히 장기불황과 침체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슬픔, 우울함을 극복할 수 있는 립스틱 등 작은 사치로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저가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15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CJ·GS·현대·롯데홈쇼핑의 히트상품 10위에는 패션상품이 과반수(8~5개)를 차지하면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예년과 달리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검정, 흰색 등 단순한 색상과 몇만원대 저렴한 디자인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현대홈쇼핑에선 상대적으로 고가인 패션상품을 제외하고 10개 중 5개 제품이 10만원 미만 제품이 차지했다. GS홈쇼핑도 히트상품 10위 중 9개가 몇 만원대에서 20만원 미만 상품이었다. 특히 CJ오쇼핑에서는 히트상품 1위 '지오송지오', 2위 '에셀리아', 3위 '바이엘라', 5위 '나탈리쉐즈', 7위 'NY212' 총 5개 브랜드의 대표 제품이 검정과 회색 등 단순한 색상과 기본적 디자인을 갖춘 제품이었다.

또 '불황에 색조화장품이 잘 팔린다'는 속설처럼 '아이오페 에어쿠션'이 포함된 색조화장품 매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GS홈쇼핑도 패션상품인 스튜디오 보니가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스튜디오 보니는 실용적인 디자인과 합리적 가격으로 여성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었다. 현대홈쇼핑은 실용적 의류 브랜드인 '맥앤로건'이 총 49만세트의 판매실적을 올리며 1위를 차지하는 등 실용적 제품이 많이 팔렸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등떠밀려 창업도.. 은퇴한 베이비부머 생계형 창업 늘어 상가 호황

사상 최저수준 금리와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의 생계형 창업이 급증하면서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 격인 상가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상가시장을 진단하는 각종 지표가 상승세를 타고 있고 입지가 양호한 지역의 상가 완판이 잇따르고 있다.

15일 통계청과 중소기업청, 건설·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사업체 조사' 분석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사업체 수는 367만8591개로 2012년(360만2476개)보다 7만6115개(2.1%) 늘었다. 특히 50대 이상이 대표자인 사업체가 급증했다.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신설법인 현황'에 따르면 올 1월부터 7월까지 신설법인 중 50대(14.1%)와 60대(14.9%)가 대표자인 법인이 크게 늘었다.

이런 추세 속에 롯데건설이 서울 중구에서 선보인 상가 '뜨락' 청약에는 56개 점포에 1793명의 수요자가 몰렸고, 반도건설이 세종시와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한 상가 역시 한 달여 만에 완판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단지 내 상가도 높은 경쟁률을 나타내고 있다. 경남 창원 현동지구에서 분양한 상가는 최고 239.89%의 낙찰가율을 기록하며 12개 점포가 모두 팔렸고, 충남 아산 탕정지구에서 분양된 상가도 최고 235%의 낙찰가율을 보였다. 점포주를 찾지 못해 재분양에 들어간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의 점포 3곳도 최고 166%의 낙찰가율을 기록하며 팔렸다.

법원경매 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 1~10월 상가 경매시장에서는 총 5492건이 낙찰됐고 낙찰금액만 2조5419억4608만원이다. 평균 입찰경쟁률도 2.86대 1로 지난해 같은 기간(2.72대 1)보다 소폭 늘었다.

경매시장을 진단하는 데 활용되는 낙찰가율은 평균 63.36%에 달했다. 지난해 61.21%를 웃돈다.

권리금 역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상가정보업체인 점포라인 조사에 따르면 올 1~10월 서울 상가의 ㎡당 평균 권리금은 약 101만1366원으로 지난해의 89만6506원보다 12.8%가량 상승했다.

부동산태인 정대홍 팀장은 "상대적으로 상가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투자자 등은 대출을 받아 경매시장에 나서기 때문에 경매시장 분위기가 예년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 17개 시중은행의 1년 단기 일반 예·적금 금리는 1.9~2.8%에 그치지만 상가는 적어도 5% 이상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저금리 시대에 자금이 상가로 쏠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건설사들은 테마형 스트리트 상가, 조망권, 풍부한 배후수요를 무기로 분양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롯데건설은 인천 송도국제도시 5·7공구 M1블록에 짓는 대규모 복합단지(3065가구) 상가 '송도 캠퍼스타운 애비뉴를 분양 중이다.

이 상가는 테라스를 접목한 테마형 스트리트 형태다.



아이에스동서는 부산 남구 용호동에서 주상복합단지 내 상가인 '더블유 스퀘어'를 이달 분양한다.

지하 1층~지상 2층에 상가 면적만 9만8492㎡의 대형 스트리트 상가로서 바다 조망이 가능하다.


현대건설이 짓는 서울 송파구 문정지구 7블록의 지식산업센터 상가 'H-Street PARK'도 마찬가지다.


pio@fnnews.com 박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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