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버킷리스트' 작곡가 김혜성 "한 번 사랑에 빠지니 뮤지컬밖에 생각이 안나요"

      2014.12.17 16:53   수정 : 2014.12.17 22:29기사원문
창작 뮤지컬계 '미다스의 손' '오 당신이 잠든 사이' 10년 '총각네 야채가게' 7년간 공연


물 건너온 대형 라이선스 작품이 쏟아지는 뮤지컬판에서 창작뮤지컬을 한다는 건 그 자체로 도전이다. 검증되지 않은 작품에 제작비를 대줄 투자자를 찾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가까스로 무대에 올리더라도 초연이 마지막 공연이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런데 현재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총각네 야채가게' '심야식당'은 좀 다르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2005년 초연 이후 꾸준히 대학로 무대에 오르며 10년간 사랑받고 있고 2008년 초연된 '총각네 야채가게'는 여러차례 재공연 되다 창작뮤지컬로는 이례적으로 지난해 일본 라이선스 공연에 이어 올해는 중국까지 진출했다. 일본 만화가 아베 야로의 동명 만화가 원작인 '심야식당'도 올해 창작뮤지컬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돼 2년만에 재공연되고 있다.



이 작품들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모두 김혜성 작곡가(사진·34)가 음악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다른 장르도 아닌 뮤지컬인 만큼 귀에 착착 감기는 넘버는 작품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그가 '창작 스테디 제조기'로 불리는 이유다. 최근에는 신작 '마이 버킷리스트'까지 보태 그가 작곡한 작품 4편이 동시에 다른 무대에서 공연되고 있다.

'마이 버킷리스트'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해기와 죽고싶다는 말을 달고 사는 강구가 함께 버킷 리스트를 실현하는 과정을 그린 뮤지컬. 김혜성 작곡가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을 절대 잊지 않겠다. 생존한 아이들에게도 오늘 하루가 마지막인 것처럼 열심히 살자는 마음에서 이 작품을 작곡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공한 작곡가이고 돈도 제법 벌었을 법 한데 의외로 "열악한 제작 환경이 스테디 뮤지컬을 만들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다"는 게 그의 첫마디였다. "12년 전 뮤지컬 '송산야화'로 데뷔했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작곡료가 별반 차이가 없어요. 감사하게도 저는 '김종욱 찾기' 같은 작품들 덕분에 로열티를 받아왔지만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는 작곡자는 거의 없어요."

그럼에도 그를 붙잡는 건 뮤지컬에 대한 지독한 사랑이다. "한 번 사랑에 빠지니 뮤지컬 생각밖에 안 나요. 작품을 올리고 나면 좀 쉬어야 하는데 곧바로 다른 작품 뭐할까 생각하고 제가 배우인 마냥 매일 연습실에 나가요." 그는 "매번 공연을 볼 때마다 울고 웃는다"며 "내 공연을 볼 때마다 갓난아기가 엄마에게 눈을 맞춰줄 때의 기쁨을 느낀다"고 했다.

좋은 뮤지컬 음악을 작곡하는 비법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성실함과 집중력이 그의 무기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오전 9시부터 아이가 돌아오는 오후 3시 30분까지 시간을 쪼개서 일해요. 그 안에 작곡은 물론 영화도 한 편 보고 책도 봐야하죠." 적극적인 성격도 한 몫 했다.
"뮤지컬 기획사들 라인업 보고 정말 하고 싶은 작품이 있으면 대표님 찾아가서 부탁도 해요. 나중에 거절당하더라도 후회는 없죠."

국악을 전공하고 개그맨 시험도 쳐본 그는 자신의 음악에 '코미디적 요소'가 있다는 걸 강점으로 꼽았다. "웃기고 싶은 본능이 있어요. 미국에서 유학할 때 뮤지컬 작곡하는 친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도 코미디더라고요.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마이 버킷리스트'도 코믹한 넘버들 덕분에 무겁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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