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 지름길은 없다.. 천천히 無에서 有 창조하라"
2014.12.30 17:46
수정 : 2014.12.30 17:46기사원문
▶기획 시기 2013년 6월부터 ▶기획 목적 한국 과학계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위한 여건 조성
취재기자들 뒷이야기
파이낸셜 뉴스는 지난 2013년 6월 창간 13주년을 맞아 13년 후인 2026년 노벨과학상 한국인 첫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한다는 목표 아래 '노벨상 13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취재팀은 '과학 한국' 부흥에 나서고 있는 과학계과 대학, 연구원 등을 직접 찾아 심도있게 취재하고 핵심 관계자들을 인터뷰했다. 아울러 일반 직장인과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노벨상에 대한 인식 조사'도 진행했다. 취재 과정에서 취재팀이 공통으로 느낀 것은 한국 과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국민들의 응원속에 과학계는 물론 기업까지 나서 한국인의 노벨과학상 수상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과학 당국도 '과학 한국'으로 재도약하길 바라는 마음은 간절했고 의욕은 넘쳤지만 능력이 미치지 못한 점도 있었다. 특히 취재팀은 '연구기금 쏠림현상' 등 정책 추진과정에 가려진 많은 뒷이야기를 취재했으나 기사화하지 않았다.
특히 취재팀은 '노벨과학상'으로 지름길을 찾아 대안을 제시하려 했으나 '천천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라는 '정도(正道)'를 재확인했다는 게 이번 취재에서 얻은 결론이다. 시리즈를 연재하는 동안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인터뷰와 자료를 챙겨주신 모든 분들에게 고개 숙여 깊이 감사드린다. 특히 부족한 글을 애독하고 분에 넘치게 격려와 성원을 보내 주신 애독자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들 표한다.
또 한 해가 저물고 있다. '과학 한국'을 기치로 내건 '노벨상 13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지난 29일 파이낸셜 뉴스 본사 회의실에서 진행한 취재기자들의 방담 내용을 간추린다.
-'노벨상 13 프로젝트' 시작 배경.
△윤정남 : 2013년 초 여름 창간기획팀 회의. 우리 국민을 유난히 작아지게 만드는 것은 뭘까? 바로 노벨상이었다. 특히 한국이 향후 20년 내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할 확률은 1%도 되지 않는다라는 전망의 이유가 뭘까? 그렇다면 노벨과학상 한국인 첫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한다는 목표 아래 기획시리즈를 시작할까? 이렇게 시작한 시리즈가 벌써 2년가량 지났다.
△이병철: 과학 노벨상을 왜 수상해야 하는가? 과학 노벨상을 수상하는 게 어떤 의미일까? 시리즈를 시작하기 전 근본적인 질문이 머리를 맴돌았다. 예를 들어 김연아 선수가 올림픽에서 우승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피겨스케이팅 수준이 세계 최고라고 인정을 받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그러나 과학 노벨상 수상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과학의 수준을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김연아 선수가 올림픽을 제패하면서 피켜스케팅 인구가 많아진 것처럼.
-"뿌린 대로 거둔다…노벨상에 다가서려면"
△이병철: 노벨상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노벨상을 배출한 국가는 세계적인 과학기술을 갖고 있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세계적인 과학자를 배출한 국가는 기초과학이 발달해 있다. 근대과학 기술의 역사를 100여년 갖고 있는 이들은 과학 수준이 노벨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근대화 이후 꾸준히 응용과학, 기초과학이 발달했다. 국내 과학기술의 수준을 노벨상을 통해 증명받을 때가 된 것이다.
-"천천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
△이병철: 과학 노벨상을 수상하려면 젊은 과학자들을 유인하고 연구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엉뚱한 발상이라도 이들이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국가가 만들어줘야 하며 국민들 역시 이런 인식을 가져야 한다. 또 과학자가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김혜민: 과거 국가 개발과제는 달성 기간과 목표를 정해 실패하면 페널티를 줬다. 과제는 대부분 성공하지만 결국 임팩트 있거나 질적 수준이 높은 연구가 이뤄질 수 없는 환경이었다. 과학계 거목들은 우리는 아직 새로운 발견이나 새로운 물질을 만든 연구자가 없다고 아쉬워한다. 이같은 연구는 굉장히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실패할 수도 있는 고통스러운 것이다. 이를 위해선 연구비 지원.연구자 평가 방식이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과학 연구자도 인류에 기여하고 전인미답의 고지에 서겠다는 프라이드와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문제는 교육이야."
△정명진: 시리즈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우리나라의 '과학문화' 때문에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근본적으로 입시 위주 교육을 받기 때문에 사고가 유연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틀에 박힌 답이 아니라 다른 방향을 찾아야 독창적인 답을 생각해내기 때문이다. 연구를 할 때는 이러한 자유로운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찾아야 새로운 것을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윤주: 우리는 스포츠 경기를 할 때 우승자에게 상을 주는 것처럼 생각한다. 머리를 비우고 새로운 생각을 많이 해야 노벨상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성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고를 통해 접근해야 한다는 것. 또 우리는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연구해야 훌륭한 과학자로 대접받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실용과학 차원에서 할 일이지 순수 과학자가 고민할 일은 아니다. 노벨상에 접근하려면 순수과학에 대해 투자하고 고민해야 한다.
-"실패할 수도 있는 연구 풍토 조성해야"
△임광복: 배고픈 시절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나라는 1962년 제1차 과학기술 진흥계획을 수립하면서 본격적인 과학기술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과학 1세대들은 선진국들이 개발한 이론과 기술을 모방.추격해 산업현장에 적용하기에도 벅찼다. 이제 수십년의 연구성과가 축적된 과학 연구수준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독창성과 창조성을 확보해야 하는 숙제가 남겨졌다. 질적 수준을 높여 새로운 발견과 발명이 이뤄지려면 남들이 안하고 실패할 수도 있는 연구에 도전하는 풍토로 바뀌어야 한다.
△정명진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과학이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분야로만 발전했다. 우리보다 뒤처졌다고 생각한 이집트, 파키스탄, 인도 같은 나라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기회는 있다고 생각한다. 기초과학 분야의 수준을 발아, 묘목, 성장, 개화, 결실의 5단계로 나눈다면 우리나라는 개화기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지금은 여러가지 의미있는 성과들을 발표하고 있는 단계인 셈이다. 앞으로 제대로 된 개화의 단계를 거치면 좋은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결실의 영광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결실을 얻는 데는 2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가 당장 없더라도 꾸준하게 연구지원을 해야 한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