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캐리아트'가 온다

      2015.01.06 17:47   수정 : 2015.01.06 17:47기사원문
지구촌에 또 하나의 위험한 계급이 생겨나고 있다. '불안정한 노동자계급'(precarious proletariat)이다. 줄여서 프리캐리아트(precariat)라고 불린다. 프롤레타리아트에서조차도 밀려난 가장 밑바닥 계층을 말한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최근 열린 '2015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가이 스탠딩 런던대 교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프리캐리아트라는 위험한 계급이 떠오르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쳐 관심을 끌었다.
그는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잔뼈가 굵은 국제노동 문제의 권위자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국가는 모든 사람에게 일정한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제안으로 유명한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의 공동창립자이며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프리캐리아트:새로운 위험한 계급'의 저자이기도 하다.

프리캐리아트라는 용어를 만든 사람은 프랑스 사회학자들이다. 스탠딩 교수에 따르면 프리캐리아트는 1980년대에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와 양극화가 심화되는 속에 태동했다. 사회의 부를 생산하는 데는 기여했지만 과실을 누리는 데는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신계급이다. 주로 일용직이나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떠돌이 노동자, 또는 요즘 말로 장그래다. 퇴직 후 아파트 경비원이나 청소부 등으로 일하는 60~70대 노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도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프롤레타리아트이긴 해도 안정적인 직장과 소득을 가진 샐러리아트(salery+proletariat)와는 다르다. 이들의 개인적, 사회적 특성은 4A로 표현된다. 불안(Anxiety), 소외(Alienation), 사회적 무질서(Anomy)와 분노(Anger)다. 스탠딩 교수는 신자유주의의 흐름을 타고 이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해 이미 사회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왔다고 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재정건전성 강화을 위해 시행한 긴축 정책의 최대 희생자가 바로 이들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에게 기본적인 소득과 여가, 교육, 금융지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커지고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프리캐리아트가 더 위험해지기 전에 그들을 구출해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을 지속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삶은 더 팍팍하기만 하다.
우리도 비정규직 노동자가 600만을 넘어선 마당에 스탠딩 교수의 경고를 흘려들을 처지는 아닌 듯 싶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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