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유시장 ‘단기 부동화’...금융시장 구조 마저 왜곡되나

      2015.01.20 10:45   수정 : 2015.01.20 10:45기사원문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浮動化) 현상이 심각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스위스의 페그제 폐지, 중국 경제 불안 등의 여파로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시중의 여유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초단기 상품에만 쏠리고 있다.

이 때문에 갈 곳 없는 '대기성' 자금이 금융권에 넘쳐나지만 실물부문에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등 금융시장 구조가 왜곡될 우려마저 제기된다

■단기성 자금 증가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연초 이후 자금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머니마켓펀드(MMF)다. 새해 들어서만 14조2000억원이 늘었다.


불확실성이 커진 해외자산에선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올해 들어 해외주식형 펀드에서는 1913억원 가량의 돈이 빠져나갔다. 해외채권형과 해외혼합형도 각각 600억원, 7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유출됐다.

반면 국내 자산으로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국내주식형펀드에는 연초 이후 3618억원 규모의 돈이 들어왔다. 국내 혼합형과 채권형에도 각각 1조4000억원, 7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다.

하지만 이들 자금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단기 투기성 자금으로 해석된다. 실제 주식형펀드 중 기타 인덱스에 2225억원, 섹터 인덱스에 721억원, 배당주 403억원 등의 자금이 몰렸다.

현대증권 오온수 연구원은 "주식형 펀드 중에서도 인덱스펀드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면서 "저가매수에 나서는 장기 투자라기 보다는 기술적 반등을 노린 투기성 자금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단기성 수신 상품인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지난해 말 46조3349억원에서 16일 현재 46조9257억원으로 5910억원이 늘었다.

간접투자 자금은 감소세다. 지난해 12월 기준 자산운용사의 총 수신 규모는 전달 대비 8조6706억원 감소한 381조9000억원. 지난 2012년 9월, 9조1625억원의 감소 이후 가장 컸다.

은행 수신도 정기예금은 줄고 수시입출식 예금 위주로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2월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12조6000억원 늘었지만 정기계금은 8조4000억원이 줄었다.

■투자자 불안 가중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는 곳곳에서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6일 현재 주식거래활동계좌는 2000만개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2월 1999만개보다는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삼성SDS, 제일모직 등의 상장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식거래활동계좌는 예탁자산이 10만원 이상이고 6개월간 한차례 이상 거래한 증권 계좌로 대부분 일반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개설하는 위탁매매 계좌다.

지난해 17조원대까지 늘었던 고객예탁금은 16일 현재 15조 7118억원까지 감소했다.

공매도 공포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대차거래잔고는 50조원(19일 현재 48조 393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대차잔고란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린 뒤 상환하지 않은 물량을 말한다. 빌린 주식은 대체로 공매도에 활용되기 때문에 증시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증시 전문가들은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았는데 연초 현상과 맞물리며 오른 종목이 적지 않다"며 "이 종목들은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 이처럼 시장의 추이를 관망하는 단기성 자금이 넘쳐 나지만 기업들은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당장 기업들은 자금시장 자체가 단기자금위주로 흐르는 바람에 사상 초유의 저금리 기조에도 장기투자자금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것.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은 은행의 대손상각 처리와 부실채권 매각 등으로 11월 4조9000억원 증가에서 12월 4조8000억원 감소로 돌아섰고 대기업은 감소세가 확대(-8000억원→-6조3000억원)됐다.
회사채(공모기준)나 기업어음(CP, 1∼20일 기준) 순발행액도 각각 2000억원과 8000억원이 줄었다.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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