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소리 쌕쌕거리고 가슴 답답하면 소아천식 의심해야
2015.01.22 16:51
수정 : 2015.01.22 16:51기사원문
초등학생 딸의 겨울방학을 맞아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가려고 했던 김모 씨(43)는 얼마전 예약했던 비행기 티켓을 취소했다. 아이의 감기가 심해 도무지 나을 기미가 안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엔 단순한 감기로 여겼다가 점차 숨소리가 이상해지고 열과 콧물까지 동반돼 아이와 함께 병원을 찾은 결과 천식을 진단받았다. 바쁘다는 이유로 평소 아이를 주의 깊게 살피지 않아 병을 키웠다는 생각에 그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최근 영하의 추운 날씨가 지속되면서 감기나 천식 등 호흡기질환을 앓는 소아 환자의 수가 늘고 있다.
성장클리닉 전문 한의원 하이키 산본점 김영선 원장은 "체질적으로 허약하고 호흡기가 약한 아이는 감기가 천식이나 비염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단순한 감기로 생각해 치료를 미루는 부모가 많지만 자칫 소아의 키 성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으니 되도록 빨리 치료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감기 증상이 3주 이상 지속되면서 마른기침, 가슴 답답함, 쌕쌕거리는 숨소리 등이 나타나면 천식일 가능성이 높다. 천식은 발병 원인에 따라 알레르기성, 기관지질환으로 인한 내인성, 직업성 등으로 분류된다. 특히 집먼지진드기, 곰팡이균, 매연, 꽃가루, 동물의 털 등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큰 영향을 미친다. 코 안쪽에 염증반응이 나타나고 장기간 코막힘, 콧물, 재채기 등 증상이 지속된다면 비염일 가능성이 높다.
천식과 비만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과도하게 축적된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단백질인 '렙틴'과 '아디포넥틴'이 기관지 수축을 일으키는 '류코트리엔'이라는 물질의 분비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미국 카이저퍼머넨트연구소 조사 결과 정상체중보다 과체중인 아이는 천식 발병률이 1.16배, 고도비만인 아이는 1.3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렙틴이라는 물질은 사춘기가 빨리 오는 성조숙증을 유발해 아이의 최종키를 작게 만들 수 있다.
천식 등 호흡기질환은 아이의 숙면을 방해해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한 조사결과 천식을 앓고 있는 어린이의 62.5%가 '기침을 하다 잠을 깬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특히 이 중 3세 이하는 78.1%, 4~7세는 56%, 8~12세는 54.7%가 '잠을 깬 적이 있다'고 답해 나이가 어릴수록 잠을 깨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호르몬은 오후 10시부터 오전 2시 사이에 깊은 잠을 잘 때 가장 왕성하게 분비된다. 게다가 뼈와 세포의 성장 및 회복은 대부분 잠을 자는 동안 이뤄지므로 숙면은 성장기 아이에게 가장 중요하다. 이밖에 호흡기질환으로 면역력이 저하되면 아토피피부염, 비염, 과민성 장염, 다한증 등이 동반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저하된 면역기능을 회복시켜 체질을 개선하고, 감기 증상을 치료해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
김 원장은 "소아천식은 한약 중 폐 기운을 보강하는 황기·길경·지각과 담음을 치료하는 패모·진피 등으로 처방한 한약으로 비교적 간단히 개선할 수 있다"며 "개인의 체질에 맞춰 처방된 한약을 복용하거나, 속을 파 낸 배에 도라지와 꿀을 넣고 중탕을 한 뒤 즙을 짜서 한 모금씩 마시면 만성기침을 개선하는 데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천식을 예방하려면 야식을 자제하고 달걀, 생선, 조개류, 토란, 감자, 초콜릿 등의 섭취를 최소화하는 게 좋다. 감기나 편도선염에 걸렸을 땐 신속히 치료해 천식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주기적인 집안 청소와 적절한 환기로 알레르기 유발 원인을 제거하는 게 바람직하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