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 효과

      2015.01.25 17:08   수정 : 2015.01.25 17:08기사원문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는 말을 처음 쓴 이는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1917~2008년)다. 그는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며칠 뒤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작은 차이가 나중에 뜻밖의 결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훗날 물리학에서 말하는 카오스 이론의 토대가 된다.

국내 경제에서도 나비효과가 종종 눈에 띈다. 무상복지가 물가를 끌어내린 게 좋은 예다. 최근 몇 년 새 정부는 무상보육·급식을 크게 늘렸다. 자연 부모 지갑에서 나가는 보육·교육비 지출이 줄었고, 관련 물가도 뚝 떨어졌다.
반면 담뱃값 인상은 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정부는 갑당 2000원 오른 담뱃값이 0.6%의 물가상승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당초 정부와 정치권이 무상복지 정책을 펴면서, 또 담뱃값을 올리면서 물가를 염두에 두지는 않았을 게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집계할 때도 말썽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중순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이 전기비 0.4%에 그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수 부족에 따른 정부 지출 둔화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위축 그리고 단통법 시행을 그 이유로 들었다. 단통법! 휴대폰 시장질서를 바로잡으라고 만든 단통법이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줄은 미처 몰랐다.

이번엔 단통법보다 더 센 놈이 나타났다. 윤달이다. 지난주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4·4분기 성장이 부진한 이유 중 하나로 윤달을 꼽았다. "보통 4·4분기에 전체 결혼식의 40%가 집중되는데, 지난해엔 윤달이 끼면서 결혼식 1만5000건 정도가 미리 열리거나 미뤄졌다"는 게 정 국장의 설명이다. 지난해 음력 9월 윤달은 10월 24일부터 11월 21일까지다. 윤달이 성장률에 미친 영향은 얼마나 될까. 정 국장은 "구체적으로 퍼센트를 말하긴 어렵지만 윤달 효과가 단통법 효과보다 컸다"고 분석했다. 하긴 평균 수천만원대 결혼식에 비하면 단말기는 푼돈이다.

달(月)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음력 열두달은 양력보다 11일가량 짧다.
이 간극을 메우려 3년에 한달, 8년에 석달꼴로 윤달을 끼워넣는다. 윤달의 나비효과는 앞으로도 지속된다는 얘기다.
언제부터 한국 경제가 윤달을 눈치보는 신세가 됐을까. 성장률이 3%대로 풀썩 주저앉으니 별게 다 신경 쓰인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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