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무대 위의 마법? 쉿, 비밀이야!
스펙터클 위키드·고스트 화려하고 신기한 무대장치 저작권 있는 '탑 시크릿'
노트르담 드 파리에선 움직이는 돌이 '숨은 비밀' 사실은 그 안에 사람 있어
로빈훗 아찔한 화살 장면 스태프들의 절묘한 연출
유령이 문을 통과하고, 마녀가 공중에 떠오르고, 거대한 석상이 저절로 움직이고, 눈 깜짝할 새 무대 벽에 화살이 꽂히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들이 뮤지컬 무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관객들은 스펙터클한 무대에 시선을 빼앗겨 몰입하다가 문득 궁금해진다. '저걸 어떻게 하는거야?'
지난해 한국어 초연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위키드'는 옥주현, 박혜나, 정선아, 김보경 등 배우들의 활약도 대단했지만 화려한 무대가 먼저 시선을 압도한다. 완벽한 무대를 구현하기 위해 공연 전 드레스 리허설만 3주간 진행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공연들이 대개는 공연 전 무대 리허설은 길어야 4~5일 정도 하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긴 시간이다.
어렵게 만든 만큼 어떻게 만들었는 지는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가령 초록마녀 엘파바가 '위키드'의 가장 유명한 넘버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를 부르며 비상하는 장면의 원리는 '탑 시크릿'이다. 노 과장은 "어떤 장치로 어떻게 무대 위에 떠오르는지 공개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관객들의 환상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며 "한편으로는 일종의 브랜드 관리 차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관객들의 숱한 문의에도 절대 공개하지 않는 제작 비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도 있다. 바로 라울이 지하미궁에서 팬텀에게 납치된 크리스틴을 도우려다가 호수로 떨어지는 장면이다. 라울이 어떻게 무사히 떨어지고, 어디로 사라지는지 알 수 없다.
'매직컬(매직과 뮤지컬의 합성어)'로 불릴 만큼 최첨단 무대기술과 마술기법이 만나 화제가 됐던 뮤지컬 '고스트'도 비밀 투성이다. 주인공 샘이 유령이 되고서 벽을 통과하는 장면, 여자친구 몰리의 손바닥 위에 편지가 저절로 펴지는 장면 등은 프로젝션 기술, LED 영상, 마술이 어우러져 완성됐다는 것만 알려졌을 뿐 구체적인 방법은 비공개다. 지난해 신시컴퍼니가 국내 초연할 당시 전 배우와 제작진은 모든 장면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누설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서약서까지 썼다. 신시컴퍼니의 최승희 홍보팀장은 "마술과 접목된 만큼 그 마술을 구현한 마술사에게 저작권이 있기 때문에 노출시킬 수 없다"며 "마술의 비밀을 알고 보면 전혀 재미가 없듯이 뮤지컬 '고스트'의 제작 비밀도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최첨단 기술보다 인간의 감각과 노고가 무대 위에서 더 큰 감동을 선사하는 경우도 많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군분투하는 무대 스태프들을 통해서다. 세종문화회관에서 2월 27일까지 공연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는 거대한 '움직이는 돌'이 자주 등장하는데 첨단 장비로 원격 조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도 숨겨진 비밀이 있다. 돌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권지원 제작팀장은 "'카펜터'로 불리는 무대 전환수들이 돌 안에 들어가 계산된 동선에 따라 조작한다"며 "숙달된 카펜터들은 어떤 첨단 장비보다 섬세하고 정확하게 무대의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돌은 무대의 기본 컨셉트로 힘과 권력을 상징하기도 하고 성당의 벽 등 다양한 무대 재료가 된다.
무대디자인을 맡은 크리스티앙 레츠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돌은 배우의 움직임을 따라 함께 움직이는 '살아있는 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성당 종지기인 콰지모도가 석상을 타고 무대 중앙으로 나오는 장면이나 고뇌하는 성당 주교 프롤로를 향해 돌기둥이 양쪽에서 압박해 오는 장면 등에서 '움직이는 돌'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배우와 함께 연기한다.
디큐브아트센터에서 3월 29일까지 공연하는 뮤지컬 '로빈훗'도 기계의 힘을 빌리긴 하지만 숙련된 무대 스태프가 최고의 무대기술이 된다. 거대한 나무숲을 사실적으로 구현한 '로빈훗'의 무대는 12명의 무대 스태프들이 모두 수동으로 전환한다.
로빈훗이 쏜 화살이 나무에 묶인 포로의 머리 위를 스치고 나무에 꽂히는 아찔한 장면은 기계와 사람의 합동작품이다.
김범석 무대감독은 "교수대 상부 구조물에 올라가 대기하고 있던 스태프가 기계로 잡고 있던 밧줄을 큐 사인에 맞춰 놓는 방식"이라며 "이때 화살을 쏘는 효과음과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관객들에게 실제 화살을 쏜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