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투입' 전략 성공…삼성 반도체사업 완전체로 변신하나

      2015.01.29 13:33   수정 : 2015.01.29 13:33기사원문
"이제 됐다."

삼성전자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기남 사장이 최근 시스템 사업부 임직원들한테 남긴 희망의 메시지다.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는 확신에서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제품과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 역량 강화로 올해부터 본격적인 도약을 꾀하고 있다.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시스템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은 완전체로 거듭날 전망이다.

■김기남 '매직' 통했다

2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시스템LSI사업부는 지난해 4·4분기 20나노 모바일 AP 공급 증가와 LSI 제품 판매 확대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되면서 흑자 전환을 눈앞에 두고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영업이익은 2013년 감소세로 돌아선 이후 지난해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3·4분기에도 5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했던 것으로 관측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을 깎아 먹고 있다는 오명을 쓰고 있는 시스템LSI 사업부가 미운오리 새끼(?)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김기남 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김 사장의 공식 직함은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장'이다.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사업 모두 맡고 있다는 얘기다. 김 사장이 다소 긴 직함을 가진 것은 작년 6월부터다.

삼성 수뇌부는 위기에 빠진 시스템LSI사업부의 구원투수로 김 사장을 지목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반도체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어려운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김 사장은 퇴근 시간을 자정으로 미루면 매일 오후 9시 삼성 기흥사업장 내 시스템LSI 사업부 내 연구개발 부서를 직접 돌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김 사장의 뚝심과 추진력은은 2012년 출시한 모바일 AP의 불완전한 성능과 통신 서비스 지원 문제 등으로 경쟁력에 큰 상처를 입은 시스템LSI 사업부를 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백지호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마케팅팀 전무는 "올해 1·4분기 14나노 제품 양산을 본격화해 거래선에 신제품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중장기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파운드리 거래선 다변화와 모바일 AP 제품 경쟁력 강화에도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히든카드 '엑시노스' 출격

시스템 사업부는 독자 개발한 AP 제품 '엑시노스 7420'가 탑재된 갤럭시S6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오는 3월 출시 예정인 갤럭시S6가 전 세계 AP시장에서 다시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엑시노스 7420은 세계 최초로 첨단 미세공정기술인 '14나노 핀펫' 공정이 적용됐다. 구글의 64비트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5.0 롤리팝'과 기존 LTE보다 최대 4배 빠른 '3밴드 LTE-A'등 최신기술을 모두 지원한다.

경쟁사인 미국 퀄컴의 차세대 AP '스냅드래곤 810'이 성능 논란을 빚고 있는 것도 호재다. 스냅드래곤 810의 경우 성능을 높이는 과정에서 전압이 높아지면 과도한 열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미국 금융전문지 배런스는 최근 자체조사를 통해 "스냅드래곤 810에서 심각한 수준의 과열현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투자은행 JP모건도 퀄컴이 문제 해결을 위해 신제품 출시를 늦출 것으로 점치면서 퀄컴의 올해 상반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7420의 외부 공급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허석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상무는 "14나노 핀펫 공정이 적용된 엑시노스는 외부에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며 "여러 회사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엑시노스가 다른 모바일 기기에 채택되면 관련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미국 퀄컴과 차세대 AP 시장을 놓고 양보없는 경쟁이 예상된다.

■애플 돌려세운 삼성 기술력

삼성전자가 차기 아이폰의 모바일 AP 공급업체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특허소송을 벌이면서 대만 파운드리업체 TSMC에 애플 물량의 대부분을 내줬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TSMC와 기술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애플의 발길을 돌려세우는 데 성공했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BNP파리바는 최근 보고서에서 "TSMC가 애플의 차세대 프로세서인 A9에서 현재와 같은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하이투자증권은 "전략 소모량을 줄일 수 있는 14나노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를 양산하는 곳은 삼성전자가 전 세계 반도체 제조사 중 유일하다"며 삼성저나 시스템LSI 사업부의 올해 1?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500억원에서 1조1000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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