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전체 근로자의 1/3이 감정노동자, 착한소비운동 펼칠 터"
2015.02.02 14:32
수정 : 2015.02.02 14:32기사원문
올해를 노동시장 구조 개선의 '골든 타임'이라고 한다.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는 노동시장 주요 3대 의제에 대한 대타협 시기도 오는 3월로 못박았다. 3대 의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임금체계 개선 및 정년연장·근로시간 단축 △사회안전망 정비 등이다. 정부가 경제활성화 정책의 핵심을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꼽을 정도로 노사정 대타협 결과는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동시장 구조개선 3대 의제에 대한 노사정 대타협 시점 한 달여를 앞두고 고용·노동 정책 수장인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사진)을 만났다.
지난달 30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집무실에서 만난 이 장관은 "우리 사회는 압축 성장은 했지만 노동시장은 필요한 속도로 개혁하지 못했다"며 "TV 드라마 주인공 '장그래'와 같은 비정규직을 양산하지 않으려면 지금 노동시장을 반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노동시장 구조 개선 3대 의제는 선택의 사항만 남았다"며 "결국 정성의 문제인데,(노사정간) 정성만 있다면 3월 내 합의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장관에게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포함한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대한 정부 입장과 향후 과제 등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 조석장 정치경제부장
-왜 이 시점에 노동시장 구조 개혁인가.
▲IMF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 틀이 변하기는 했지만 필요한 속도로 개혁하지는 못했다. 또 우리 사회는 압축 성장은 했지만 노동시장은 그렇지 못했다. 산업 사회 변화를 감안한 노동시장 변화는 선진국도 하고 있는 공통적인 사안이다. 우리와 같은 압축 성장에는 더욱 절실하다. IMF를 겪으면서 계약직에서 파견직이 늘었다가 이후에는 하도급이 늘어나는 등 나쁜 관행의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이것을 반전시켜 주지 않으면 미래 세대에는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처럼 '장그래'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런 노동시장을 반전 시켜야 한다.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이것이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하는 이유다. 그럼 왜 갑자기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지만 갑자기는 아니다. 노동시장 구조를 보면 지금할 수밖에 없다.
-기간제 계약 4년으로 연장 등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35세에서 50세 대기업 업종별로 제조업에서 근무하는 분들에게 설문 조사 해보면 단연코 80% 이상이 기간제를 없애거나 연장해달라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비정규직 대책은 크게 2가지다. 기간제 연장 문제는 5%도 채 안된다. 비정규직 문제는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격차 해소와 고용 문제를 반전시켜야 한다는 목적으로 비정규직 문제에 접근했을 때 정규직과의 격차헤소와 남용 방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어느 국가에도 없는 강력한 처벌 장치를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비율이 다른 선진국 보다 높은 것은 IMF외환위기 이후 비용절감 차원에서 활용됐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은 비정규직들이 3개월만 일해도 퇴직금을 주는 등의 내용이 있어 사측의 불만도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고용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대책에 쪼개기 계약 금지와 기간제 계약 연장, 정규직 미전환시 이직 수당 지급 등의 대책을 담았다. 이 제도들이 정착되면 노동시장 구조개선 속도도 한층 빨라질 것이다.
-오는 3월까지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등 3대 의제에 대해 노사정 합의를 도출한다는 계획인데, 시간이 촉박하지는 않은지.
▲지금 노사정위 노동시장 개선 특위에서 2개 전문가 그룹으로 나눠 통상임금 등 노동시장 구조 개선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 중이다. 하나는 통상임금 등을 포함한 노동시장 기본 틀, 또하나는 비정규직 대책 등이 포함된 안건이다. 이 문제들은 10년씩 묵어온 과제들이다. 선택의 사항만 남았다. 집중적으로 논의하면 선택할 수 있다.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3월 안에 하고, 그 다음에 노사가 행동양식을 바꾸거나 법을 고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시간을 갖고 할 수 있다. 결국 정성의 문제다. 정성만 있으면 3월내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년연장의 전제조건인 임금 체계 개편은 개별 사업장 별로 하는 방향으로 가나.
▲그렇다. 당사자간 하는 것이다. 일본 처럼 우리도 기업의 규모, 업종, 형태에 맞도록 바꿔야 한다. 지금은 비슷한 일을 해도 30년 경력자와 첫 입사자하고 임금차는 3.3배가 난다. 노력한 사람에게 임금을 더 주도록 해야 하는 성과급 시스템이 확산돼야 한다. 그러나 전체 임금 몫으로 봐서 근로자의 임금이 낮아져서는 협상이 안될 것이다. 기업들은 임금체계 게편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정부가 전문가, 해외 분석을 통해 체계화 해서 자료를 주고, 전문가를 불러 컨설팅도 하는 등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종합대책 등은 노사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해석의 문제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안은 경영계 부담이 많이 간 것은 맞다. 이직 수당, 퇴직금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것은 양쪽 다 득이 되는 요소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다. 임금 체계 변화는 상황에 맞게 바꿔야 하는데 정규직으로 채용되면 근로자가 혜택을 본다. 다만, 기업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다. 대책을 통해 노동시장을 투명하게 하면 노동계도 득이되고, 저해 요인을 해소하면 경영계도 득이 된다는 얘기다.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대기업 노조의 변화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옮은 지적이다. 노동시장 구조 개선이 긍극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가급적이면 노력한 만큼 보상받고, 정규직이 많아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타협이 이뤄져야 한다. 대타협은 제도 차별 개선, 통상임금, 근로시간, 취업규칙 변화 등 시스템들이 맞물려 돌아갈때 작동된다. 이것은 반이다. 이 취지대로 시장은 흘러가지 않는다. 제도가 바뀌면 반감을 살수 있다. 결국은 완결점을 찾아야 한다. 노동계와 경영계, 대기업 노조와 중소기업 노조, 조직이 없는 일반근로자 간 수직적, 수평적 협력이 있어야 효과가 100% 나타난다. 대타협에 앞서 일자리를 바꾸는 것이 전재돼야 한다. 그래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현대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에서 임금체계 개편 등에 대한 대다협이 진행중인 걸로 안다.
-일 가정 양립 대책을 추진중인데 몇점이나 줄수 있나.
▲이 문제는 장기간 시간이 걸린다. 이 제도는 아이가 6살이 될때 까지 6년간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를 활용해 일과 육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부부는 근로시간 단축을 6년간 정부 지원하에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정착되려면 직장내에서 휴직할 때 회사나 동료 들의 눈치를 보는 소위 '눈치법'이 없어져야 한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추진 배경 및 NCS가 현장에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 필요한 방안은.
▲대학 진학률이 70%가 넘는 나라는 우리가 세계에서 유일하다. 미국이 65%인데 대학 진학의 방법은 이후에도 가는 등 여러 형태다. 우리는 지나치게 학교 중심으로 돼 있다. 청년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5명만 채용하더라도 1000명씩 지원한다. 그러니까 서류전형에서 스펙을 따질 수밖에 없다. 스펙과 학벌 중심의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청년들은 희망이 없다. 그래서 채용의 틀을 바꾸는 것이 능력 중심이다. 그럼 능력이 뭔가 고민하다 보니 이를 직무로 나눠 표준화해 분류했다. 채용에 있어서도 필요한 기술을 알려주고 지원서에는 공부했던 내용과 기술을 적시하면 된다. 면접 역시 직무와 관련해서 실시한 뒤 채용하면 된다.
-NCS는 언제부터 시행되나.
▲지난해까지 NCS를 개발했기 때문에 올해 부터 본격 시행돼 2017년께 완전히 도입될 것이다. NCS가 도입되면 완벽하게 능력 중심 체계로 변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학교 교육을 먼저 NCS로 전환해야 한다. 우선 특성화고 9개교와 전문대, 대학 등에 시범적으로 도입한다. 이후 직무를 중심으로 기업이 채용하는 시스템이다. NCS가 활성화되면 학교는 자주 못가게 된다. 이 걸 해결하는 것이 일학습병행제다. 일학습 병행제와 NCS가 함께 추진되려면 시장의 수요가 있어야 한다. 시장 수요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산업별 협의체다. 협의회에 속해 있는 기업과 교육기관, 학교간 협력이 중요하다.
-청년 취업율이 갈 수록 하락하고 있는데.
▲고용률 70%는 청년과 여성 일자리를 늘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 중 청년 고용률 높이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청년 일자리를 늘이는 방법이 있는데 이것을 주저한다면 청년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힘을 모아야 한다. 새로운 영역에서 청년 일자리를 해결하고 나머지는 격차 해소를 통해 청년들에게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기업과 노조가 함께 이를 인식해야 한다. 이것이 동반 성장의 지수라고 생각한다. 여성고용률도 높여야 한다.
-대기업들이 채용 폭을 줄이고 있는데 대책은 있나.
▲올해 채용을 줄이는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고 본다. 임금 체계 변화 없이 정년 60년을 맞으면 기업들은 임금 부담이 클 것이다. 또 경제 상황이 어려워 채용을 하지 못하는 것 역시 요인이다. 이 점들은 우리 모두 인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 올해 추진하는 비정규직 대책 등이 포함된 노동시장 구조개선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면 기업들의 신규 채용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임기중 꼭 추진하고 싶은 분야는
▲일하는 우리 모두가 동료라는 의식이 필요하다. 백화점에서 주차 안내 직원이나 도급회사 직원들이 손님에게 90도로 인사하는 것을 친절로 봐서는 안된다. 주차 직원은 차를 잘 가이드하면 된다. 지나친 친절보다 적절한 친절, 눈빛이나 착한 소비를 해야 한다. 감성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3분의 1이라고 한다. 자기 가족 중 1명은 감성노동자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착한 소비 운동'을 꼭 추진하고 싶다. 프랑스 니스의 한 커피숍 사례가 있다. 이 곳에는 커피의 종류가 달라지는 것이 아닌데 주문 방식에 따라 커피 가격이 달라진다. 손님이 '플리즈' 또는 '헬로'를 붙이느냐 에 따라 카페 업주는 커피 값을 정한다. '커피'하면 7유로를 받지만, 커피 플리즈 하면 4.25유로, 헬로, 커피 플리즈 1.40유로'룰 받는 식이다. 세상에 말 한두 마디에 몇 천원을 아낄 수 있다는 게 어딘가. 따뜻한 말 한마디가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리=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