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①) 한반도는 미·중·일·러 대립지역.. 통일위해 협조 얻어내라
2015.02.02 17:16
수정 : 2015.02.02 21: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는 을미년 새해를 맞아 '대한민국 광복 70년, 한반도 통일로 30년'이라는 제하의 신년기획을 통해 '한반도 통일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제3부 '2015년 통일준비 골든타임… 통일 제언을 듣는다'에서는 한반도미래포럼(KPFF)과 파이낸셜뉴스가 공동 진행하고 있는 '한반도미래아카데미 통일리더십 과정' 강사진을 통해 '통일로 가는 길'을 조명해본다. 통일리더십과정은 한반도미래포럼과 파이낸셜뉴스가 공동 진행하는 통일 교육 프로그램이다. 전.현직 고위 외교관, 통일부 관료 등 한반도 및 통일 문제 전문가들이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을 대상으로 통일 관련 지식을 전달한다. 2014년 4월 8일~7월 8일 제1기, 2014년 9월 15일~12월 8일 제2기 과정이 13주간 진행됐으며 정.재계 고위급 관계자 30여명이 수강했다.
통일리더십과정 제3기는 오는 3월 16일부터 6월 15일까지 14주 동안 매주 월요일 진행된다."지정학적으로 세계 열강이 대립하는 한반도의 통일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통일은 반드시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풀어야 하는 과제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 겸 외교부 제1차관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첫째, 통일에는 주변국의 협조와 지지가 중요하다는 것.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주도해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공조 아래 한국 주도로 통일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국제법에 정통한 그는 통일을 한국 내부, 남북 관계, 국제 관계의 세 관점으로 나눠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내에선 통일 준비와 통일 후 한국에 대해 국론을 하나로 수렴해야 하고, 남북 관계 측면에서는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끄는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아울러 주변 국가들의 협조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외교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변열강 지지 없이 통일 힘들다
통일은 민족 문제로서 우리의 일이지만 국제적으로 한반도 통일에 대한 설득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신 전 대사의 주장이다. 한반도가 지정학적으로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열강이 대립하는 지역인 만큼 이들의 협조 없이는 통일이 힘들다는 것이다. 신 전 대사는 "주변국 가운데 한국의 통일을 대놓고 반대하는 국가는 없다. 하지만 한국 통일을 위해 움직이는 국가가 있느냐 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고 짚었다. 한 국가라도 통일 한국과 이해를 같이한다면 큰 지원군이 된다는 의미다.
주위를 살피겠다는 것이 곧 눈치를 봐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도 신 전 대사는 강조했다. 그는 "주변국 설득에 앞서 선행돼야 할 작업은 통일을 우리가 주도하고 이끈다는 주인의식"이라면서 "이를 갖추지 않으면 통일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적인 것은 통일 한국이 주변 국가들의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심는 것이다. 통일 한국으로부터 주변국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각각 분석해 홍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춤형' 공략이다. 신 전 대사는 "분단 상태가 주변 각각의 국가에 던지는 문제점, 통일 한국이 각국 이익에 어떻게 보탬이 되는지 등을 중심으로 통일 외교를 펼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 전 대사는 이를 위해 국내적으로 통일 담론을 일치시킬 것을 주문했다. 그는 "현재 북한에 대해, 통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상존한다. 이는 자칫 내부적으로는 물론이고 외국에도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면서 "통일을 준비해가는 과정이나 통일 후 방향에 대해 국론을 하나로 모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 측면에서는 북한이 변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개혁으로 나아가게 하는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의지가 있어도 북한 주민이 의지가 없으면 통일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세력 전환기 맞은 동북아, 통일의 가능성은?
신 전 대사는 현재 동북아에서 국가 간 세력 전환이 일어나고 있으며 2020년대 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력 전환이란 국가 간 국력이 뒤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2010년대에는 중국과 일본의 세력 전환에 따른 갈등과 분쟁이 고조되는 시기"라면서 "이를 거쳐 2020년대는 중국이 국내총생산(GDP) 면에서 미국을 추월하고 국방비 격차도 축소돼 본격적인 미.중 전략경쟁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 전 대사는 2010년대는 미.중 간 '전략적 경쟁과 협력'이 병존하고, 중·일 간에는 '전략적 경쟁'이 유지된다고 봤다. 신 전 대사는 "가장 유리한 외교환경은 미국과 중국이 전략적 협력을 하는 것이지만 늘 이렇기는 힘들다"면서 "동북아 지역협력체제 구축과 함께 미국의 지속적 관여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동북아 질서 구축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면서 그 과정 속에서 한반도 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열강의 세력 전환기는 언뜻 우리나라에 위기일 수 있지만 잘 활용하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신 전 대사는 "미.중 간 전략적 경쟁 상황이 오면 우리가 곤란한 선택을 해야 할 수도 있지만 역으로 이용하면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각국의 세력 경쟁이 불붙은 가운데 동북아 전략환경을 어지럽히는 요소로 북한 문제까지 가세했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신 전 대사는 "김정은 세습에 따른 권력 불안정 및 핵.미사일 능력 확대 시도로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핵무기 프로그램의 폐기가 어렵게 될 회생불능지점(point of no return)이 그리 머지않은 장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 전 대사는 "이렇게 2010년대 및 2020년대는 동북아의 세력 전환이 발생하는 불안정하고 불투명한 전략환경에 의해 지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면서 "국내 일부에서 조기 통일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지만 통일외교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착실히 역량 축적과 환경 정비를 병행함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1977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75년 제9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부에 입부했다.
이후 주유엔 차석대사, 주이스라엘 대사, 외교부 제1·2차관, 주일본 대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서울대 국제대학원 일본연구소 특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립외교원 겸임교수로서 국제법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한국 외교정책·아시아·한일관계·국제법·국제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저술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