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LPG업계, 또다시 디젤 유해성 신경전
2015.02.05 17:38
수정 : 2015.02.05 17:38기사원문
LPG업계 거센 반발 "디젤 택시 띄우기용"
디젤(경유) 차량의 배기가스 유해성을 둘러싸고 정유업계와 액화석유가스(LPG) 업계간 신경전이 수면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정유사 단체가 국제기구로부터 유해성 판정을 받은 디젤 배기가스의 인체 무해성을 적극 홍보하고 나서자 경쟁 시장인 LPG업계 측이 오는 9월 도입을 앞둔 '디젤택시 띄우기용'이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 이익단체인 대한석유협회가 최근 신형 디젤엔진의 배기가스가 폐암 발생과 무관하다는 미국 HEI(Health Effects Institute)의 연구결과를 언론 등을 통해 공개하면서 디젤 연료의 유해성 논란이 재점화됐다.
디젤엔진 배기가스는 지난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로부터 담배, 석면, 알코올과 함께 1급 발암 물질로 지정된 바 있다.
석유협회가 공개한 HEI의 연구 결과는 IARC의 조치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배기가스 기준인 '유로4'를 충족하는 디젤엔진 배기가스에 실험용 쥐들을 30개월간 노출시켰지만 폐암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에 사용된 디젤엔진은 500마력, 15t급 이상 화물차용 대형 엔진으로 배기가스의 유해 대기오염 물질 농도가 기존 디젤엔진 대비 9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토대로, HEI 연구진은 "IARC가 발암물질로 지정한 디젤엔진 배기가스는 신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구형 디젤엔진의 연구와 실험에 바탕한 것"이라고 부당함을 밝혔다.
HEI의 연구결과에 대해 석유협회 측은 "배기가스후처리장치(DPF)를 장착하고 초저유황 경유를 사용한 유로4 이상 신형 디젤엔진의 배기가스가 폐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이라며 "더욱이 IARC가 근거로 든 산업용 디젤엔진은 배기가스 기준이 낮은 '유로2'나 '유로3'급 수준으로 엄격한 환경규제를 받는 자동차용 디젤엔진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석유협회가 디젤 배기가스의 무해성 홍보에 나선데 대해 LPG업계는 디젤택시 도입을 염두에 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LPG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HEI는 자동차 회사가 출자한 연구기관이라 연구의 공신력이 국제기구인 IARC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게다가 작년 7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에서도 실도로 실험을 통해 디젤 차량이 배기가스 기준치를 훨씬 초과했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LPG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환경성 문제로 퇴출 위기에 처한 디젤 택시에 대해 환경부가 규제 강화에 나서자 이에 대한 대응 성격도 엿보인다"며 "이면에는 공급과잉에 처한 경유의 국내 소비 진작을 유도하려는 정유사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디젤 배기가스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으려는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디젤 연료의 환경성 문제를 일방적으로 공격당하다보니 대응이 필요했던 차에 시의적절한 연구결과를 공개한 것"이라며 "물론 경유가 공급과잉 문제에 직면한 건 맞지만 수출 비중이 높은 제품인데다 국내 택시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정유업계가 배후에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