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 현대오일뱅크 1%나눔재단 이사장 "임직원 월급 1% 기부, 재계로 확산"

      2015.02.26 17:34   수정 : 2015.02.26 17:34기사원문
기업 사회공헌 주체는 구성원 사내 포상금 기부 전통도 생겨
年 10억 모여 재원 안정성 높아


"만약 국내 모든 기업이 월급의 1%를 기부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복지재원 조달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여러 의미에서 '소득 1% 나눔' 운동이 우리나라 기부문화를 바꿀 '밀알'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출범 4년째 접어든 현대오일뱅크 1%나눔재단을 이끄는 김창기 이사장(60·사진)은 급여 1% 나눔 운동이 한국 기업들의 사회공헌 패러다임과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를 바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1년 12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임직원 월급의 1%를 기부하는 사회공헌재단인 '1% 나눔재단'을 출범, 주목받았다. 1% 나눔재단은 당시 권오갑 사장(현 현대중공업 사장)이 "정유업은 다른 업종보다 급여 수준이 높아 벼로 치면 '천석꾼 부자'인데 남들을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출발했다.
권 사장은 현재 1% 나눔재단 명예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 이사장은 26일 "사실 직원들 월급에서 1% 기부를 강제할 수 없는 노릇인데 권 사장의 제안을 노조에서 흔쾌히 공감하고 직원들을 설득하면서 재단 설립이 가능했다"며 "출범 초기 70%가량이던 직원 참여도가 현재 97%까지 확대됐다"고 전했다. 개인적 기부활동을 하는 직원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1800여명의 현대오일뱅크 임직원 전원이 1%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1% 나눔재단이 다른 대기업 사회공헌 재단과 다른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대기업들이 대규모 기금을 출연해 운영하는 방식과 달리 재원이 직원들 월급이라는 점이다. 또 직원 급여로 모은 재원은 당해 연도에 전액 집행하는 것도 운영상 특징이다.

김 이사장은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기금이 매년 10억원가량인데 지금까지 누적기금 50억원을 집행했다"며 "보통 대기업들이 대규모 기금에서 발생하는 운용수익에 따라 예산 변동성이 있지만 급여 1% 나눔은 재원 안정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급여 1% 나눔 운동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경조사 부의금, 각종 사내 포상금 등을 기부하는 전통도 생겼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작년 취임한 문종박 사장은 부사장 시절 조의금 1000만원을, 노조위원장은 아들 결혼 축의금 1000만원을 기부한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현대오일뱅크 1% 나눔재단 이후 전 임직원 참여 형태의 급여 1% 나눔 기부는 재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현재 포스코, 삼성토탈, 한국수자원공사, 대구은행,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비슷한 방식의 1% 나눔 기부를 도입했다.

1% 나눔재단은 내용 면에서도 차별화를 추구한다. 대표적인 게 '사랑의 SOS' 기금이다. 사랑의 SOS는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사건사고 피해 당사자나 순직소방관 유족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가장 최근에는 국민적 안타까움을 샀던 '크림빵 뺑소니 사고' 유족에게 지원금을 전달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긴급지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자는 취지다.

단순한 기부활동 외에도 임직원이 직접 참여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체계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서울(관악·강북구)과 사업장이 위치한 충남 서산에서 저소득 노인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사랑의 진지방'이나 전국 결손가정 초등생 100명에게 월 20만원씩 생활자금을 지원하는 '사랑의 어부바' 등도 주요 사업이다. 올해도 12개의 다양한 사업을 계획 중이다.
그는 1% 나눔 기부처럼 앞으로 기업의 사회공헌은 주체가 '회사'에서 '구성원'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이사장은 "최근 기업들의 사회공헌은 천편일률적 형태에서 탈피해 다양하고 세분화되는 추세"라며 "각 기업이 특성에 맞게 잘할 수 있는 사회공헌 방향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1% 나눔재단이 대기업이나 기업인 주도의 사회공헌 패러다임을 개인 기부로 전환하는 기폭제가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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