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시대에 체감 물가는 왜 오르나?

      2015.03.01 15:41   수정 : 2015.03.01 17:54기사원문

물가상승률은 0%에 가까운데 체감물가는 왜 오를까.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8%였다. 여기 담뱃값 인상 요인을 제외하면 물가 상승률은 0.2% 수준에 그친다. 0%에 가까운 물가 상승률을 보이면서 한국이 디플레이션 상황에 몰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통계적 수치와는 다르게 가계가 체감하고 있는 물가 수준은 인플레이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통계적 수치와 가계가 체감하는 물가가 극과 극으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심리적 요인과 함께 물가의 평균 상승률에 비해 의식주와 같은 가계가 가격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의 상승률이 더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최근 5년 동안 소비자물가지수의 상승은 10.7%였다.

5년 동안 10% 수준의 높은 물가 상승이라고는 할 수 없어 보인다. 가령 5년 전 하루 7만원이었던 숙박시설이 지금은 7만7000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품목별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선 지난 5년동안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를 넘는 수준의 물가 인상이 이뤄진 품목을 보면 인간 생활의 필수라고 할 수 있는 '의식주'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식료품·비주류음료는 지난 2010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19.6% 상승했다. 의류 및 신발의 경우도 같은 기간 17.9% 상승했다. 또 주택·수도·전기 및 연료의 인상률도 같은 기간 17.1%에 이른다. 소득에 관계없이 생활에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품목이 다른 품목에 비해 과도하게 상승한 경향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임금상승률이 의식주 관련 생필품 물가 인상에 비해 높지 않아 서민들의 가계는 더욱 어렵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연간 기준 식료품·비주류음료와 의류 및 신발, 주택·수도·전기 및 연료가 각각 13.4%, 11.4%, 13.2%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지난 2010년 전체 노동자 월평균 임금총액은 304만7000원에서 지난 2013년 329만9000원으로 8.3% 상승하는데 그쳤다.

더욱이 실질임금은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가계 소비에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세와 사교육비 등과 같은 비용은 한동안 폭등세라고 불릴 정도로 가파르게 오른 측면이 있다.

전세 상승률의 경우 지난 2010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20.1%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10.7%와 비교하면 약 두배의 증가가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부동산 가격이 물가와 무관하게 폭등세를 보이는 것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큰 이유라는 점을 고려하면 체감물가 상승에 정부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사교육비용인 학원 및 보습교육은 지난 2010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17.1%의 상승세를 보여서 6.4%포인트 더 높았다.


서울대학교 이상승 교수 "통계적 물가와 다르게 체감 물가라는 경제학보다는 심리학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쉽다"며 "실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석유 관련 제품의 물가가 하락하고는 있지만 과거 부동산 폭등 시기에 가파르게 상승한 집값이나 인건비 비중이 높아 지속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는 사교육 등과 같은 서비스 영역의 물가 인상에 대해 사람들은 더 민감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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