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과소비를 줄여라

      2015.04.09 17:08   수정 : 2015.04.09 17:11기사원문

우리나라 국민들의 교육열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 고교 졸업자의 대학진학률은 2008년에는 80%를 상회했고 요즈음 떨어졌으나 70%를 상회하고 있다. 영국의 진학률은 65%, 일본 50%, 독일은 40%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대학 수는 360개나 되어 시.군마다 대학이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높은 교육열이 우리나라 경제의 급속한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교육은 공짜가 아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려면 등록금 등 학비만 3000만~4000만원 소요되고 4년이란 기간이 필요하다. 대학 입시 준비를 위한 사교육비까지 포함하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대부분의 중산층이 자녀 학비 지원하느라고 저축도 못해 불안한 노후를 맞이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이 높은 대학진학률은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부정적인 면도 많다고 생각된다.

첫째, 대졸자의 공급과잉으로 많은 대졸자가 대졸에 걸맞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많은 일자리는 대졸 수준의 학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예컨대 미화원, 이발사, 스포츠맨, 연예인, 요리사, 운전기사, 유통업판매원, 공장근로자 등 많은 직종은 고교 수준에서 관련 직업 교육만 잘 받아도 직무를 수행하는 데 별 지장이 없다. 최근 지자체에서 미화원을 모집했는데 수많은 대졸자가 응모했다고 한다.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되는 일자리에 취직하려고 많은 사람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둘째, 수많은 젊은이들이 적성에도 맞지 않은 공부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성적에 맞추어 대학교와 학과를 선택하다 보니 적성에 맞지 않는 학과로 진학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학졸업장을 위해 소질에도 없는 대학공부를 하는 것은 능률도 오르지 않고 좌절감만 커진다. 실제로 대학교 경제학과를 나왔으나 기회비용이나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도 이해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제대로 공부도 안하고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대졸자라는 이름으로 기대감만 높아져 저임의 일자리는 기피해 취직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경우도 많다. 청년 실업률이 실질적으로 20%에 육박하는데 대부분의 청년 실업자는 대졸자이다.

독일의 경우 대학진학률은 40%에 불과하다. 초등학교부터 적성검사를 실시해 인문계를 거쳐 대학에 진학할 학생과 직업학교로 진학할 학생을 구분해 자기 적성에 맞게 진로를 택한다. 각 직종에서 최고의 전문가인 마이스터가 되면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돈도 벌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다.

적성을 무시하고 무조건 대학에 진학하는 현상은 개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학벌보다는 실력 위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국민은 체면을 중시한다. 다른 사람 자식이 대학 나오는데 내 자식만 대학 안 나올 수 있나 등의 체면의식이 학벌 인플레를 만들고 있다. 우선 입사시험, 승진 등에서 학벌로 인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정주영 회장 등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성공해 존경받을 수 있는 사례를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초등학교부터 적성검사와 다양한 직업에 대한 정보제공을 확대하는 등 적성에 맞는 진로지도를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특성화 고교나 직업학교, 전문대학 등의 지원을 강화해 교육내용을 충실화함으로써 높은 학벌 없이도 실력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길을 확대해야 한다. 고교 졸업 후 바로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추후 대학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을 때 쉽게 공부를 계속할 수 있다면 무조건 대학 가는 경향은 완화될 것이다. 직장에 다니다가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면 쉽게 공부할 수 있는 평생교육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대학등록금 반값 지원은 무리한 대학진학이 늘지 않도록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다행히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인터넷 강의 등이 확대되고 국내외 유명대학 등이 각종 강의를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사례가 늘어 대학에 안 가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늘어나고 있다.


가계 부담을 줄이고 우리 국민의 행복을 늘리기 위해서는 적성에 맞는 교육을 강화해 교육 과소비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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