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 부메랑에 떠는 미국
2015.04.24 17:41
수정 : 2015.04.24 17:48기사원문
미국내 수출기업 위협, 해외매출비중 큰 기업들 장부에 적히는 돈 줄어 구글·MS 등 실적 직격탄
미국 기업들의 올 1.4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가운데 달러화 강세가 다시금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해외 채무국들을 위협하던 강달러의 칼날이 이제 미국 기업으로 향하면서 미국 안팎이 동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주요 6개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3일(이하 현지시간) 97.28을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달러화 가치는 지난 6개월간 13% 이상 치솟았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노린 국제 투자자들이 미 금융시장에 몰리고 있어서다. 영국 바클레이스은행은 올 1.4분기 주요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가 1981년 이후 가장 빠르게 올랐다고 분석했다.
■부푸는 달러 빚… 신흥시장 울상
강달러 현상은 이미 미국 밖 채권시장에선 해묵은 걱정거리였다. 달러화 채권은 미국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채권시장에 대대적으로 돈을 풀어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이자가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끌었다.지역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3.4분기 기준으로 신흥시장에서 달러화로 빌린 돈은 3조2900억달러(약 3547조원)로 과거 5년 새 81% 증가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제외한 선진국의 채무는 1조6900억달러로 같은 기간 71% 늘었으며 유로존 내 달러빚 또한 1조5900억달러로 14% 뛰었다.
이러다보니 신흥시장국들은 강달러가 달가울 리 없다. 달러화 가치가 커질수록 달러화로 표시된 채무를 갚기 위해 써야할 돈(자국 통화)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신흥시장의 채무부담은 올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FT에 따르면 신흥시장국들이 달러화 등 기축통화로 빌린 회사채는 현재 모두 2조달러어치로 미국 고위험 회사채시장 전체 규모(1조6000억달러)를 능가한다.
FT는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자료를 인용해 특히 인도와 러시아의 달러화 채권이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매출 감소에 미국 기업도 죽을맛
강달러 여파는 미국기업들에도 두통거리다. 해외 매출비중이 큰 기업들은 이익을 달러로 환산해야 하기 때문에 달러가치가 클수록 장부에 적히는 금액은 줄어든다. FT는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오른 기업들의 매출 가운데 30%는 해외 매출이라며 이같이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는 1.4분기 실적발표가 이어지면서 현실로 드러났다.
23일 실적을 공개한 구글은 환율만 일정했더라면 분기 매출이 7억9500만달러는 더 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환율 영향으로 5억3400만달러의 매출이 줄었다고 밝혔으며 음료제조사 펩시코는 환율 때문에 연간 주당순이익률이 11%로 떨어진다고 내다봤다.
세계최대 생활용품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은 1.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7.6% 줄었다며 매출액에서 환율효과를 제거하면 그 규모가 8%는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이 같은 현상에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앨런 조지 래플리 P&G 최고경영자(CEO)는 "판매가격 조정 및 비용 절감으로 환율 효과를 상쇄하겠다"고 강조했다. 펩시코의 인드라 누이 CEO 역시 23일 발표에서 브라질 헤알화 가치 급락과 현지 사업을 언급하며 "브라질 사업을 유지하겠지만 매우 세심하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은행의 다나 사포타 이코노미스트는 "강달러 현상이 수출 중심 미국 기업들의 매출과 마진을 먹어치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