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이사람=북한강변 시골마을에 문화를... '리버마켓' 조라인씨

      2015.04.26 16:45   수정 : 2015.04.26 22:37기사원문
북한강변에 자리잡은 작은 마을 문호리는 참 조용한 동네다. 최근 들어 전원주택지로 눈길을 끌고 있다고는 하지만 서울에 비하면 산골짜기나 다름없다.

하지만 문호리는 이제 전국적인 명소다. 한달에 한번 세 번째 토요일마다 열리는 '리버마켓' 때문이다. 문호리는 몰라도 '리버마켓'을 아는 사람들은 빠르게 늘고 있다.


조라인씨(40·여)는 리버마켓을 더욱 시끌벅적하고 웃음만발한 곳으로 만드는 사람이다. 춤이 전공인 조씨가 아이들로 구성된 댄스팀과 발레팀 공연을 매달 리버마켓 무대 위에 올리기 때문이다.

지난 18일에 열린 장터에서도 키즈댄스 공연 "역사는 흐른다"를 무대에 올렸다. 또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발레팀인 '루피앙스'의 공연도 이끌었다.

조씨는 "아직 아이들의 실력이 공연을 할 정도는 아니다"면서도 "아이들이 공연을 한다는 것만으로 장터에 웃음이 피어난다"고 말했다. 아이들로 인해 장터의 분위기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조씨는 원래 서울 대치동에서 10년간 발레·댄스학원을 운영했다. 척추교정 등에 효과가 있는 '발레핏'을 국내에서 시작한 몇 안되는 사람 중에 하나다. 몇몇 연예인들의 춤을 지도한 적도 있다.

바쁘게 지내던 그녀가 변화를 맞은 것은 아이들 때문. 직업 특성상 밤 늦게 귀가하는 그녀를 아이들이 잠도 자지 않고 기다린다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결국 잘나가던 학원을 접은 그녀는 가족들과 함께 뉴질랜드로 건너가 2년을 보냈고, 2년 동안 꿈결 같은 시간을 보내다 돌아왔다.

"돌아와 보니 대치동 같은 강남은 도저히 학원을 열 수 없을 정도로 임대료와 권리금이 올라 있더군요"라고 씁쓸해한 조씨는 이곳저곳을 수소문하다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에 자리를 잡고 학원을 열게 됐다.

문호리 리버마켓에 아이들의 공연을 올리게 된 것도 서툴지만 아이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학부모와 지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조씨는 리버마켓 운영과 관련된 이런저런 일들도 맡게 됐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은 어른들대로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곳에서 즐기지만 늘 함께 있는 것 같다"는 점을 리버마켓의 장점이자 특징으로 꼽기도한 조씨는 리버마켓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본명보다 '헬라님'이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실제 지역사회를 공부하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문호리 리버마켓을 한국형 '로컬컬쳐' 운동의 전형으로 꼽는다.


"댄스학원이라고 하니 캬바레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좀 걱정"이라는 조씨. 하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난 뒤 어느 누군가는 우리 집에서 빚은 막걸리와 겉절이가 옆집에서 담근 와인, 치즈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한국식 지역사회를 열어간 선구자로 기억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가져본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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