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미정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부 그룹장.. 반도체 보안 기술 국산화로 제품 경쟁력 확보
2015.04.27 17:07
수정 : 2015.04.27 17:07기사원문
"기술은 공유할수록 더 발전 여성의 섬세함·소통능력 살리면 엔지니어로서 좋은 성과 얻을것"
반도체 칩은 언뜻 보기에 새끼손톱만 한 크기에 동전 하나 정도 두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안에는 마치 직물의 짜임새처럼 현미경을 동원하기 전에는 보이지도 않는, 복잡한 회로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모듈들이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것들은 모두 반도체가 데이터를 저장하고 정보를 처리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반도체에 보안을 담당하는 기능도 들어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 보안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반도체 보안도 '없으면 안될' 기능으로 부각되고 있다.
노미정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부 그룹장(수석·사진)은 이런 반도체 보안 분야에서 지난 12년간 꾸준히 연구개발을 해온 주역이다. 대부분 해외 기술에 의존해 왔던 반도체 보안 기술을 100% 국산화한 성과를 인정받아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선정하는 4월의 '대한민국 엔지니어상'을 수상했다.
노미정 그룹장은 자체 보안 하드웨어 개발을 시작한 후 12년간 수없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12년 전에는 보안 기능이 필요한 제품이 스마트카드뿐이었다"며 "신용카드나 전자여권 등에 들어가는 칩으로 대부분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향후 스마트카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에서 보안 하드웨어 모듈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때부터 반도체 보안 기술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 보자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그렇게 해서 연구개발을 시작했고 실제 시간이 지나면서 반도체 보안 기술은 다양한 제품에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반도체 보안에 대한 인식은 '있으면 좋은 기능'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제는 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능이 되었으며, 일찌감치 국산화에 착수한 삼성전자가 경쟁사들보다 우위를 점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그 결과 반도체 보안 기술이 적용된 보안 하드웨어 모듈은 현재 모바일용 반도체, TV, 프린터, 생활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 적용되고 있다.
노 그룹장은 오늘의 성과가 있기까지 팀원들의 믿음이 가장 큰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본인의 기술만 고집하면 그게 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기존의 기술과 전체가 어떻게 잘 융합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내 기술을 연구하고 다른 기술을 서포트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면 제품 경쟁력이 올라간다는 생각을 저와 우리 팀원 모두가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렇게 하다 보니 이제 보안 하드웨어만큼은 우리가 제일 잘한다는 회사의 신뢰, 그리고 외부의 평가가 따랐다"며 "이런 경험들이 우리 팀원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고 자신했다.
노 그룹장은 회사에서 업무와 관련해서는 엄격하고 무서운 '호랑이'로 통한다. 그러나 업무 외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살가운 선배라는 평을 얻고 있다. 일에 바쁘다 보니 회사 업무와 엄마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워킹맘으로서 항상 가정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고 한다.
노 그룹장은 "주중에 모든 에너지를 회사에 쏟아부어도 주말이 되면 엄마 노미정으로 다시 힘을 얻는다"며 "아이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는 어떤 선배의 충고를 듣고, 엄마가 일을 사랑하고 열심히 하는 것을 아이가 느낄 수 있도록 매순간 노력한다"고 말했다. 사내 커플인 노미정 수석의 남편은 현재 다른 사업부의 그룹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여성 그룹장과 여성 엔지니어로서 일과 가정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격려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노 그룹장은 "여성들은 남성이 가지지 못한 장점이 많이 있다. 특히 섬세하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는 엔지니어들에게 꼭 필요한 장점"이라며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강점을 다져나가며 마음을 열고 팀원들과 소통한다면 좋은 성과를 얻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