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환대출 MBS 입찰.. 성공 관건은 '장기물 흥행'
2015.05.07 17:20
수정 : 2015.05.07 21:51기사원문
10년 이상 장기물 MBS 공사채 입찰 부진 등에 원활한 입찰 진행 불투명
미매각 물량은 은행 몫 시중은행 부담 커질듯
정부 주도로 출시된 안심전환대출 유동화를 위한 34조1000억원 규모의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 입찰이 시작되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비경쟁 입찰로 은행이 전액을 매수하는 1·2·3·5·7년물과는 달리 10년 이상 장기물에 보험사 등 장기투자자가 어떤 선택을 할지가 관심사다.
상대적으로 가격 메리트가 높지 않다는 판단에 장기투자자들은 당장에는 장기물 입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장기물 입찰 부담이 확대되면서 헤지수요 증가로 채권금리 상승 등 연쇄 반응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MBS 입찰 관건은 10년 이상 장기물
7일 동부증권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8일부터 6월 말까지 34조1000억원의 안심전환대출(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연 2.6%짜리 고정금리대출로 바꿔주는 대출)을 유동화한 MBS가 모두 발행될 예정이다.
비경쟁 매각으로 진행되는 MBS 1~7년물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행 스프레드가 결정되면 안심전환대출 취급 은행들이 그 스프레드로 전액 인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선경쟁 10년 이상의 장기물 MBS다. 선경쟁 후비경쟁 지분매각으로 진행돼 시장을 통해서 우선 경쟁 매각한 후에 잔여물량에 대해서 취급 은행이 비경쟁 지분매각으로 배분 받는다. 하지만 최근 공사채 입찰 부진과 장기물에 대한 수요 감소 등으로 입찰이 원활하게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의 MBS 매입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최근 공사채 입찰도 부진하고 일부 공사는 발행을 줄이거나 단기물로 발행만기를 변경하기도 한다"면서 "MBS 상한 스프레드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기는 했지만 최근 분위기를 감안하면 장기투자기관에 가격메리트를 어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장기투자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이 적극적으로 MBS 인수에 먼저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장기물 공급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일단은 MBS 금리 추이를 지켜보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문 연구원은 "보험 등 장기투자기관이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갖고 있는 데다 아직 2·4분기 중순이기 때문에 장기투자기관이 분기 말로 맞춰야 할 건전성 지표나 자금집행 계획에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면서 "MBS 장기물의 금리 스프레드를 크게 높이지 않는다면 장기투자기관이 첫번째 입찰부터 적극적으로 응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 부담 현실화 가능성
특히 이 과정에서 은행들의 MBS 매입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심전환대출용 MBS 발행물량 가운데 10년 이상 장기물 비중이 최소 3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매각 물량은 그대로 은행이 떠안아야 한다.
문제는 현재 시중은행의 자산 부채 듀레이션이 1.6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 장기물의 편입은 미스매칭(돈을 빌리는 기간과 운용하는 기간의 만기가 일치하지 않는 것)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8일 입찰하는 MBS 만기구성을 가중평균한 듀레이션은 7.3년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bp(1bp=0.01%포인트)당 가격이 7.3bp로 변한다는 의미로 예컨대 34조1000억원을 모두 은행이 매입한다고 가정하면 시중금리가 50bp 상승했을 때 1조2500억원, 100bp 상승 시에는 2조5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 같은 은행 부담을 감안했을 때 은행의 헤지 욕구가 높아진다면 국채선물 매도 등에 따라 중장기 금리 상승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국고채 금리의 지속적인 상승은 MBS 발행에 따른 부담감이 일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문 연구원은 "안심전환대출 MBS 가중평균 만기를 고려했을 때 은행의 헤지 만기는 5~7년으로 집중될 것"이라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장기 물량 편입이 결정된 이후부터 헤지에 들어가 국채선물 매도가 늘어나며 중장기 금리가 오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