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온 왕비

      2015.05.18 17:11   수정 : 2015.05.18 17:11기사원문
2000년 전 인도에서 온 왕비가 있었다. 김해시 구산동에 가면 가락국 시조 김수로의 왕비릉이 있다. 능비에는 '가락국수로왕비 보주태후허씨릉(駕洛國首露王妃 普州太后許氏陵 )'이라고 적혀 있다. 허씨의 이름은 '황옥'으로 인도에서 왔다고 전해진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허 왕후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서기 48년 어느 날 허 왕후가 붉은 돛을 단 배를 타고 해안에 도착했다. 자신이 아유타국의 공주인데 부모님과 옥황상제로부터 가락국의 왕비가 되라는 명을 받고 왔다고 말했다. 수로왕은 그녀를 왕비로 삼았다. 허 왕후가 배를 타고 시집 올 때 바람과 풍랑을 잠재웠다는 유래가 얽힌 파사석탑(婆娑石塔)이 흥미롭다.

허 왕후는 열명의 아들을 낳았는데 그중 두 아들에게 자신의 성인 허씨를 따르게 했다. 김해 허씨의 유래다. 이런 연유로 김해 허씨는 김해 김씨와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왕비의 고향 아유타국의 현재 지명은 인도 남동부의 아요디아라는 곳이다.

인도에서 귀한 손님이 왔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8일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그는 방한 직전 국내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허 왕후의 고사를 꺼냈다. 양국 간 협력과 유대를 강화하자고 역설했다. 그는 노점상 출신으로 총리에 오른 인물이다.

19일에는 기업인을 상대로 자신의 슬로건인 '메이크 인 인디아'(인도에서 만드세요) 세일즈외교를 벌인다. 울산의 현대중공업 조선소도 방문한다.

인도는 중국을 대체할 세계의 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수학, 과학 등 기초학문이 발달한 데다 우수한 인력, 풍부한 자원과 토지, 저렴한 인건비 등을 내세워 외국기업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는 이미 인도에 각각 2개의 공장을 운영 중이다. 포스코는 1200만t 규모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해 왔다. LG도 스마트폰 공장 설립을 검토하는 단계다. 인도는 현대중공업에 조선소 건설을 타진 중이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5월 집권한 이후 '모디노믹스'(모디 총리의 경제정책)로 경제도약을 이끌고 있다. 4년 내 현재 30%가량인 법인세를 25%로 낮출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을 끌어들여 세계 제조업 허브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하는 올해의 인도 경제성장률은 7.5%로 중국(6.8%)보다 높다.
코끼리(인도)가 내달리기 시작했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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