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세입자
2015.05.21 17:05
수정 : 2015.05.21 17:05기사원문
"전세는 없고 월세는 너무 비싸다. 정부에서 서민을 위해 내놓는 뉴 스테이도 월세가 대부분 60만~80만원이고 비싼 건 110만원에 달한다. 차라리 월세보다 빚을 내 사버릴까 했더니 여기저기서 가계부채가 위험수준이라며 곧 하우스푸어가 될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비싼 월세를 내며 살지, 하우스푸어가 될지 양자택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세계약 만기가 다가오는 주변 지인들의 불만사항이다. 이들은 대부분 갈림길에 서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가며 비싼 월세로 사느냐, 아니면 매달 갚아야 할 빚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가 되느냐. 이들에게 되돌아갈 길은 없다. 이미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월세 거래량에서 월세 비중은 42.4%로, 지난해 같은 달(40.0%) 대비 2.4%포인트 상승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외벌이 가구의 한숨은 더욱 깊어져가고 있다. 외벌이 중인 한 후배는 최근 아파트 청약에 당첨돼 계약금부터 대출을 받아서 냈다. 추후 내야 하는 중도금과 잔금을 생각하니 한숨부터 나온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외벌이 친구는 월 50만원도 모으기 힘들다고 하면서도 이왕이면 집을 사고 싶고, 또 아이를 생각하면 좀 더 교육여건이 나은 집으로 이사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어떤가.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소형 아파트(전용면적 60㎡미만)의 평균 월세 가격은 79만원으로 조사됐다. 가장 비싼 곳은 서초구(136만원), 가장 저렴한 곳은 중랑구(63만원)로 나타났다. 월급으로 이렇게 비싼 월세를 감당하기에 벅차기만 한 상황. 최근 발표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임금근로자의 절반은 월급이 200만원도 되지 않았다. 채 200만원도 벌지 못하는데 월세는 점차 늘고만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월세가 저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세가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버리는 돈'으로 인식돼 너도나도 전세만 찾다보니 '잘 팔리지 않는' 월세는 전세에 비해 많이 저렴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세 공급이 달리는 상황. 부동산 전문가들은 완충 역할을 하는 전셋집이 사라지면서 월세가격이 조용히, 또 꾸준히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빚을 내 집을 사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상을 두고 단순히 '부동산 거래가 늘고 활기를 띠고 있다'고 봐선 안 된다. 지금은 전세에서 월세로 갈아타야만 하는 세입자 대책이 절실한 때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