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큰 만큼 짭짤한 '코코본드' 발행 봇물
2015.05.24 17:45
수정 : 2015.05.24 17:45기사원문
최근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들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발행이 줄을 잇고 있다.
코코본드가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 매력이 높아 투자자 수요가 늘어난 데다가 안심전환대출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에 따른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한국거래소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다음달 3일 3000억원 규모의 30년 만기 국내 무기명식 무보증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에 대한 청약을 진행한다고 최근 공시했다. 우리은행은 아울러 미국 및 아시아 등에서 5468억원 규모의 해외 기명식 무보증 무담보 코코본드도 발행키로 했다. 청약일 및 납입일 등 구체적인 일정은 해외 발행시장의 여건, 국내 기업의 해외 발행 물량 등을 고려하여 결정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지주는 다음달 25일 2000억원 규모의 30년만기 코코본드에 대한 청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오는 29일 2500억원 규모의 30년만기 코코본드 청약을 개시한다.
이와 함께 BNK금융지주는 지난 13일 이사회에서 2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키로 결의했다. 구체적인 청약일 및 납입일은 추후 공시할 계획이다.
이같이 금융사의 코코본드 발행이 늘고 있는 것은 은행과 투자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코코본드는 금융회사에 대한 국제 자본규제인 바젤III 체제에서 기본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하지만 부실금융기관 지정 등 특정 조건이 발생하면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상각'돼 투자자가 전액 손실을 볼 수 있다.
일반 채권에 비해 투자위험이 높은 만큼 코코본드는 발행 금리가 다른 채권보다 높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1.75%로 내려간 이후 시장금리가 동반 하락하자 예전보다 낮은 금리로 코코본드 발행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타기본자본 확충을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제고하기 위해 코코본드 발행키로 한 것"이라며 "기준금리 하락에 따라 상대적으로 금리 메리트가 커지면서 코코본드에 대한 기관투자자 등의 수요가 커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올해 안심전환대출 MBS 매입에 따른 평균 회수기간(듀레이션)을 매칭하기 위해 은행의 코코본드 발행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시중은행들은 안심전환대출을 주택금융공사로 매각한뒤 이에 대한 MBS를 의무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이 떠안은 MBS가 1년부터 10년 구간으로 다양해지면서 통상 1년 정도였던 은행 자산의 만기가 늘어났는데 30년물 코코본드 발행을 통해 이같은 만기 리스크를 헤지한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자산부채 만기는 통상 1년 정도인데 최근 MBS 매입으로 듀레이션이 길어졌다"면서 "은행들이 코코본드 등 은행채 발행을 통해 자산부채관리(ALM)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