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쯔강
2015.06.03 17:24
수정 : 2015.06.03 17:24기사원문
이 사고는 지난해 온 국민을 슬프게 한 세월호 참사를 생각나게 한다. 대형 선박이 허망하게 가라앉아 수백명을 순식간에 수장시켰다. 승객들은 대부분 숨진 반면 선장과 일부 선원들은 재빨리 탈출해 살아났다. 국내 인터넷 등에서는 '중국판 세월호'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양쯔강은 중국의 서북단 칭하이성과 시짱자치구 사이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해 동쪽으로 6300㎞를 달려 동중국해로 흘러든다. 서부내륙의 산악과 협곡들을 휘감고 돌아 중부의 평야지대를 사행(蛇行)한다. 나일강과 아마존강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강이다. 중국 밖에서는 양쯔강으로 불리지만 중국인들은 창장(長江)이라 부른다.
양쯔강은 중국의 지중해로 불리기도 한다. 그만큼 수운이 발달했다는 뜻이다. 수량이 풍부한 여름철에는 상하이에서 우한까지 1만t급 선박의 운항이 가능하며 700여개의 지류 곳곳에 작은 배들이 다니는 항로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최근에는 싼샤댐이 건설돼 수심이 깊어지면서 대형 유람선의 통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사고 선박은 배수량 2200t, 길이 76.5m, 폭 11m인 대형 여객선이지만 초속 35m의 강력한 돌풍을 만나 1~2분 만에 뒤집혔다.
사고가 난 곳은 양쯔강의 중류 지역으로 '삼국지'의 적벽대전이 벌어진 곳과 가깝다. 당시 주유는 적벽에서 5만 군사로 조조의 100만 대군과 맞서게 된다. 이때 승리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 제갈량의 동남풍이다. 방통이 조조를 속여 선단을 쇠사슬로 연결하게 만들고 주유가 화공을 펼쳐 조조군의 선박을 모두 불태워 버림으로써 대승을 거둔다. 양쯔강 중류는 강폭이 4~5㎞ 정도로 강이라기보다는 바다처럼 보인다. 조조군의 선박을 일시에 불태울 만큼 강한 바람이 부는 지역이다.
양쯔강 협곡을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운 비경과 역사 유적지를 둘러보는 것은 중국인들의 꿈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4박5일 정도의 양쯔강 크루즈 여행상품이 선보여 인기라고 한다. 중국인들에게 양쯔강은 한강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 이상이다. 이번 사고가 중국인들에게는 큰 충격일 것이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