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누구를 위한 '단체 채팅방'인가
2015.06.11 17:21
수정 : 2015.06.11 18:36기사원문
#. 2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최근 스마트폰 알림창을 볼 때마다 두통에 시달린다. 팀원들이 함께 사용하고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단톡방)'에서 시도 때도 없이 '까톡'소리가 울려서다. 직속상사가 퇴근후는 물론 주말에도 하루 일정을 묻거나 업무와 관련된 지시를 보내기 때문. 김씨는 "상사의 카톡에 답장을 안 할 수도 없지 않느냐"며 "업무시간이야 그렇다 치고 금요일에는 주말 일정까지 보고해야 하니 사생활이 침해당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직장마다 팀별로 단톡방을 만들어 업무에 활용하는 기업문화가 자리잡으면서 '메신저 증후군'을 호소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메신저 증후군'은 주로 스마트폰 메신저를 업무에 이용하는 회사들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생긴 일종의 정신적 스트레스로 '메신저 강박증'으로도 불린다.
식사시간 뿐만 아니라 퇴근 후나 휴일에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메신저 내용을 수시로 확인하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단톡방에 대한 찬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채팅방을 통해 팀원들의 주요 소식을 즉시 알 수 있다.
또 팀원 간 활발한 대화로 전보다 팀워크를 한층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환영이다.
반면 주중·주말 가리지 않고 수시로 쏟아지는 고참의 메시지 탓에 단톡방이 오히려 주말이나 퇴근 뒤 휴식시간까지 갉아 먹는 이른바 '분노 유발자'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파이낸셜뉴스는 이번주 어떻게생각하십니까 주제로 '누구를 위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단톡방)인가'로 정하고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단톡방은 '결속의 창'
단톡방은 미처 챙기지 못하고 지나갈 수 있는 팀원들의 경조사나 서로의 취미를 공유할 수 있어 팀워크를 끌어올리는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유용하다는 입장이다.
30대 직장인 손모씨는 "단톡방 외에도 네이버 밴드 2~3개를 함께 하는 편"이라며 "출근하지 않는 주말에도 단톡방을 통해 우리 팀은 물론 다른 팀 동료나 상사의 생일과 경조사 소식까지 빨리 알 수 있어 도움 된 적이 많다"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장모씨는 "단톡방을 통해서 팀장님과 몇몇 선배들이 기타 연주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한달에 1~2번 기타 연주를 배우러 가곤 하는데 이 방이 아니었다면 이들과 가까워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알림 뜰 때마다 스트레스 쌓여
반면 단톡방이 오히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업무를 지시하는 '움직이는 감옥'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부장이나 팀장이 있는 단톡방, 일명 '읽씹방'(읽고 씹는 방)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면서 "점심시간까지 실시간으로 업무관련 내용을 물어보고 지시를 내리는 탓에 다들 노이로제 걸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지어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곧바로 전화가 와 단톡방을 확인하라는 말까지 해 손에서 핸드폰을 놓을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주말에도 시시콜콜한 일정까지 물어보는 상사의 메시지 때문에 단톡방을 몰래 나가려 했지만, 나갔다는 메시지가 이 방에 떠 나갈수도 없는 처지"라며 "차라리 단톡방에서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거나 눈치 보며 적절한 피드백을 하는게 낫다"고 손사레를 쳤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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