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들이 소리 질렀다" 목장주인 일기 주목한 법원, 소음 가해자에 무거운 책임
2015.06.16 14:22
수정 : 2015.06.16 14:22기사원문
서울고법 민사8부(여미숙 부장판사)는 서모씨가 국가와 건설사 N사, S사를 상대로 낸 1억 9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피고들은 연대해 8237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도로공사 이후 젖소 폐사하자 소송
정부는 건설사 N사와 S사에 경기도 화성시 일대의 기존 국도 39호선에 국도 82호선을 신설해 연결시키는 팔탄북부우회도로 공사를 맡겼다. 그런데 이 공사현장으로부터 약 160m떨어진 곳에서 젖소목장을 운영하고 있던 서씨가 2010년 10월 시공사가 도로공사에 앞서 벌목작업을 하면서 수인한도를 넘는 소음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양측의 갈등은 시작됐다.
이에 시공사 측은 2011년 4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공사현장과 송씨 목장 사이에 각종 방음벽을 설치했다. 하지만 공사시작 이후 계속해 젖소들에게 유량감소와 유·사산, 성장지연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일부 젖소는 폐사까지 하자 서씨는 "도로공사 소음 및 진동이 원인"이라며 정부와 시공사를 상대로 2012년 소송을 냈다.
■목장주인 일기 증거 채택 배상 폭 넓혀
재판과정에서 국가는 "민법상 사용자의 관리감독상 주의의무를 다한만큼 국가에게 배상책임을 지울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재판부는 "환경정책기본법은 불법행위에 관한 민법 규정의 특별규정으로 민법에 우선하고, 해당 원인자는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그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국가의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공사로 인한 소음·진동은 수인한도를 넘지 않았다'는 시공사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젖소는 소음 등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유즙분비 억제, 소화기능 장애, 유산·사산율 증가, 폐사증상, 번식장애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며 "이 사건 공사와 서씨의 재산상 피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특히 서울고법 민사8부는 환경사건 전담 재판부답게 목장주인의 일기도 증거로 놓치지 않았다. 해당 일기는 2010년 10월부터 2년간 도로공사에서 사용한 장비와 소음 정도가 기재됐고 소음으로 젖소들이 놀라거나 불안해하며 소리를 지르는 모습 등이 묘사됐다.
앞서 1심은 서씨가 피해를 입은 공사기간을 최초 방음벽 설치 시점인 2011년 4월부터 2012년 10월까지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서씨의 최초 일기 작성시점을 소음·진동 발생 시작기간으로 보고 배상액도 60만원 가량 더 인정했다. 재판부는 "일기엔 공사 내용과 젖소 반응 등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어 꾸며낸 것이라 보기 어렵다"며 "일기는 시공사가 제출한 작업일지 내용과도 상당부분 일치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다만 1·2심은 폭염과 같은 계절적 요인과 품종적 요인이 피해 증가의 한 원인이 됐을 가능성과 시공사 측이 각종 방음 시설을 설치해 피해방지에 적극 노력한 점 등을 고려해 피고 측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