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은행들 예금인출 급증…"통제불능 위기온다" 경고
2015.06.18 11:19
수정 : 2015.06.18 11:19기사원문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리스 은행의 예금 인출 규모가 최근 3일간 약 18억유로(약 2조2763억원) 규모로 급증했다.
WSJ는 그리스은행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 주 들어(15~17일) 예금인출 규모가 크게 늘었다. 오늘(17일)만 8억유로가 넘었다"고 전했다. 최근까지 하루 예금 인출액이 최대 5억유로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돈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주 안에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그리스 정부는 은행 인출 제한 등 자본통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예금인출이 급증하자, ECB는 이날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를 830억유로에서 841억유로로 올렸다. 그리스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돈을 더 빌려줄 수 있도록 한 조치다. ECB는 ELA 상한기준을 꾸준히 올려 그리스 은행들에 유동성을 조달하고 있다.
자금 압박에 직면한 그리스중앙은행은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그리스는 지금까지 국제 파트너들과 힘겹게 채무 위기를 관리해 왔다. 구제금융 연장이 실패하면 위기 통제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앙은행은 "파트너들과 (구제금융) 절충안에 어느정도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합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속한 타결을 촉구했다.
4개월 한시적으로 연장한 그리스 구제금융은 이달 말에 종료된다. 이달 안에 합의에 실패하면 구제금융 마지막분 72억유로를 받을 수 없다. 앞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구제금융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 한 국제통화기금(IMF) 부채를 갚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디폴트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면 채권은 휴지 조각이 된다.
양측은 서로 비방하며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채권단의 긴축 요구를 "그리스 국민에게 굴욕감을 주는 정치적 의도", "약탈행위"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독일도 그리스가 물러서라고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그리스 정부가 유권자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런 사이에도 양측이 협상 테이블을 완전히 뒤엎은 것은 아니다.
18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그리스와 채권단이 다시 만나 타협을 시도한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이날 합의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다. FT는 "18일 협상이 결렬되면 21일 긴급 정상회의가 열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앞서 지난 14일 브뤼셀에서 열린 그리스와 국제채권단 협상이 마주 앉은지 45분 만에 실패로 끝난 바 있다. 이 때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연금 삭감, 세제 개편, 기초재정수지 흑자 목표 등 채권단이 요구하는 개선안과 그리스의 제안은 여전히 의견 차이가 크다"고 했다. 그리스는 더이상의 긴축과 예산 삭감이 어렵다고 버티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단 요구를 수용하면 좌파연합정권의 집권은 붕괴될 위험에 처한다.
오는 25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로존 정상회의도 있다. 그러나 그리스 사태가 주요 의제가 아니다. 재집권에 성공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영국과 EU 관계 재설정 등 의제가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이다. 다만 그리스가 디폴트로 가면 좋을 게 없는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채권국들이 치프라스 정권과 정치적 대타협을 할 가능성도 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