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섬'

      2015.06.28 17:27   수정 : 2015.06.28 17:27기사원문
무인도는 통상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을 말한다. 법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만조 시에 해수면 위로 드러나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땅으로 사람이 거주하지 아니하는 곳.' 이를 근거로 해양수산부는 절대보전 무인도서, 준보전 무인도서, 이용가능 무인도서 및 개발가능 무인도서로 지정해 관리한다.

현재 한국의 섬은 3215곳(유인 494곳, 무인 2721곳)이다. 이 중 해수부가 관리하고 있는 무인도는 2693곳. 해수부는 얼마 전 국민들의 관심 밖에 놓여 있는 무인도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무인도서 실태조사를 벌였다. 그중 2421곳이 곧 공개된다. 면적, 육지와의 거리는 물론 인문.사회환경, 육상.해양생물과 식생.식물 등에 대한 생태계 정보에 이르기까지 방대하다.

공개되는 무인도 94%(2271곳)는 개발이 가능하다.
실제 지난 5월 전국 무인도 중 처음으로 인천 영흥면 소어평도 개발이 허가됐다. 소어평도 소유주는 전체 면적 2만5785㎡ 가운데 4482㎡에 지하 1층.지상 2층짜리 단독주택 8동을 짓고 접안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심지어 지역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무인도를 한류스타의 여러 팬클럽에 분양해 '김수현 섬' 'EXO 섬'으로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그것도 대한민국 경제단체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말이다. 전경련은 "한류에 열광하는 외국인들이 막상 한국에 오면 한류 공연을 즐길 기회가 거의 없다"며 세계 4위 규모의 섬을 활용해 한류스타의 섬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그 속내는 한국 관광산업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같은 일시적 현상에 좌지우지되는 일이 없도록 과감한 규제 개선을 촉구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처럼 무인도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라남도는 2013년부터 무인도에 이름을 붙여주기 시작했다. '가스마리도' '무녀도' '넋섬' '살피도' '거멍바위섬' 등 이름들도 참 곱다. 작명엔 지역의 사연, 섬의 모습, 주변 특성 등이 고려됐다고 한다.

무인도는 때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원천이 된다. 그래서 '로빈슨 크루소' 같은 소설의 무대도 된다.
이런저런 일로 세상을 잠시 잊고 싶을 때 한번쯤 무인도에 표착하는 꿈을 꿔보게 한다. 또는 자기성찰이 필요할 때도 도움이 될 거다.
오늘 문득, 나만의 '가고 싶은 섬'을 만들고 싶다.

sejkim@fnnews.com 김승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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