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대표소송권' 노리나 삼성SDI·화재 지분 1%씩 매입
2015.07.06 17:46
수정 : 2015.07.06 21:59기사원문
올들어 외국계투자자 삼성 계열사 지분 대량 매입 경영권 보호 장치 필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SDI와 삼성화재의 지분도 1%씩 매입하며 장기전에 돌입했다. 1% 보유 주주는 회사에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소를 제기할 수도 있어 주총 이후를 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엘리엇 뿐 아니라 헤르메스, 킬린 매니지먼트 등 외국계 펀드들도 올해들어 삼성 계열사의 지분을 사들였다. 지분 매입 목적은 '단순투자'지만 일부 지분구조가 취약한 상장사는 지속적으로 외국계 헤지펀드의 '타겟'이 될 수 있어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엘리엇, 추가 공격 나서나
6일 재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삼성SDI와 삼성화재의 지분을 각각 1%가량 사들였다. 지난달 4일 삼성물산의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이후 세번째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 매입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삼성물산 지분율 가장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SDI는 삼성물산의 지분 7.18%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화재도 4.65%를 가진 대주주다.
그간 엘리엇의 행보를 감안할 때 소송을 통해 공격범위를 넓힐 가능성도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식 1% 이상을 보유한 주주에 대해 대표소송권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상법상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해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감사나 1% 주주가 이사에 대해 그 행위를 유지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또 1% 보유 주주는 회사에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소를 제기할 수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에 소송을 제기한 것처럼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삼성 계열사 지분 사들여
외국인 투자자들도 올해 들어 삼성 계열사의 지분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특히 합병과 직접 관련있는 삼성물산, 제일모직 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들도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그룹 계열사 17곳의 평균 외국인 비중은 23.54%였는데 지난 3일 이 비중이 24.47%까지 늘어났다. 합병 무산 이후 외국인들이 지분을 대량으로 내놓은 삼성엔지니어링(-10.32%포인트)와 삼성중공업(-2.82%포인트) 등을 제외한 13개사의 주식을 사들이면서다.
엘리엇이 7.1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이 27.57%에서 33.08%로 늘어났고 제일모직의 외국인 비중도 2.08%에서 3.39%로 뛰었다. 삼성물산의 경우 또 다른 미국계 헤지펀드인 메이슨 캐피털이 2.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정밀화학(7.48%→13.29%), 호텔신라(34.88%→39.12%) 등의 비중도 대폭 늘었다. 특히 삼성정밀화학은 지난 3일 영국계 헤지펀드인 헤르메스가 5.0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호텔신라도 앞서 지난 4월 15일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킬린 매니지먼트가 5.05%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공시했다.
외국계 투자자들은 5%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공시하면서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헤지펀드들이 언제든지 지분 보유 목적을 변경할 수 있는 상황에서 지분구조가 취약한 일부 계열사들은 위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삼성물산 외에도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화재, 호텔신라 등 상장 계열사 절반이 대주주보다 외국인 비중이 높았다.
■'투기세력' 맞설 경영 보호책 필요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이에 맞설 경영권 보호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창업자나 경영자들의 방어수단으로 포이즌 필(신주인수선택권) 주식 1주에 복수의 의결권을 인정하는 차등의결권 제도 등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제기된다.
경영권 침해 시도가 발생했을 때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더 싼 값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포이즌 필은 지난 2009년 입법예고됐지만 무산된 바 있다. 소수 지배주주의 사익추구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차등의결권은 최근 구글이나 알리바바 등 정보기술(IT) 공룡들이 도입하면서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변변한 경영권 방어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고려대 김정호 교수는 "우리 법제에 자사주를 '백기사'에 매각해 우호세력을 만드는 정도 외에는 변변한 경영권 방어수단이 없다"면서 "차등의결권 제도가 대체 수단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