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엘리엇 공세 차단 방패로 나서나

      2015.07.07 17:36   수정 : 2015.07.07 22:18기사원문
11.21% 보유 국민연금 사실상 캐스팅 보트 이르면 9일 입장 결정
외부집단에 결정 맡길땐 책임 떠넘기기 비난 일듯





삼성물산-엘리엇 17일 주총 표대결 준비

삼성물산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소송전이 7일 삼성의 '완승'으로 끝나면서 이제 양측은 표 대결 준비에 본격 나서고 있다. 특히 11.21% 지분을 보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아직 방침을 밝히지 않은 상태여서 이를 중심으로 위임장 대결(프록시 파이트)을 펼칠 전망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이르면 9일 직접 합병에 대한 찬반을 결정할지 아니면 외부 기관인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의 손을 빌릴지에 대한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선택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비전문가인 외부 집단에 맡길 경우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 "두 번의 판결로 정당성 인정"

법원이 삼성의 손을 들어주면서 국민연금도 '선택'의 압박을 받게 됐다. 삼성물산 측은 법적 정당성을 논리로 내세우고 엘리엇 측은 합병비율의 부당함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날 "법원이 해외 헤지펀드 엘리엇이 제기한 총회소집통보 및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데 이어 7일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역시 기각했다"면서 "법원의 결정을 환영하며 주주의 지지를 모아 합병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특히 "두 번의 법원 판결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정당성과 적법성을 인정받게 됐다"면서 "무엇보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주주들의 지지를 받는 데 큰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주주총회에서 무차별 소송을 통해 주주들의 정당한 의사결정 기회마저 원천봉쇄하겠다는 해외 헤지펀드의 의도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엘리엇은 "법원의 기각 결정에 대해 곧 항고할 예정"이라며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근본적으로 불공정한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기주식을 매각한 행위가 기업지배구조 관점에서 전적으로 부적절하다는 확고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엘리엇 '국민연금을 잡아라'

이날 법원 판결로 인해 삼성은 KCC가 보유한 지분 5.76%를 우호지분으로 확정지었다. KCC가 장내에서 매입한 지분과 삼성SDI, 삼성화재 등 계열사, 최대주주 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더하면 확정된 찬성표는 19.79%가 된다. 엘리엇의 지분 7.12%를 포함, 반대 의사를 내비친 일성신약(2.11%)과 네덜란드 연기금 등을 합치면 반대표는 9.53%다.

특별결의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참석 지분의 3분의 2 이상, 전체 지분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주주총회 참석률을 70%가량으로 가정할 때 국민연금이 찬성 입장을 밝힌다면 삼성물산 측은 15.67% 지분을 더 모으면 합병을 통과시킬 수 있다. 반면 국민연금이 반대하게 되면 엘리엇 측이 2.59% 지분만 더 모아도 합병이 무산된다.

주주총회 참석 비율이 더 높아지면 국민연금의 선택은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주총 참석률 80~90%가 될 경우 국민연금이 찬성하면 삼성 측의 우호지분 19.83%와 국민연금 지분 11.21%를 합쳐 최소한 31.04%의 찬성표를 확보하지만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지분이 22~29%에 달한다.

반대로 국민연금이 엘리엇 편에 선다면 주주총회 참석률이 90% 이상으로 높아진다고 가정해도 추가로 필요한 지분은 10% 이내다. 찬성표가 반대표의 두 배 이상이어야 합병이 통과되는 상황에서 양측이 팽팽히 맞서면서 '캐스팅보트'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사실상 국민연금의 결정에 따라 합병이 결정되는 셈이다.

■국민연금 이르면 9일 입장 결정

국민연금은 이르면 9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한 의결권 행사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의결권 행사는 외부 전문기관의 자문을 바탕으로 직접 하거나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

현재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이 판단을 내리기 곤란한 의결권의 행사 지침을 결정한다.

전문위는 연구기관 추천인 김성민 한양대 교수(위원장)와 정부, 사용자단체, 근로자단체, 지역가입자 단체 추천위원 등 9명으로 구성된다.


일각에선 국민연금 기금운용위가 직접 결정하기보다는 지배구조원 같은 자문기관에 의뢰하거나 전문위 등에 결정권을 넘길 가능성도 제기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합병 결정에 대한 책임을 위원회에 맡긴다면 말 그대로 글로벌 투기자본의 전횡을 사실상 방조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전문위원인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최근 열린 행동주의 펀드의 실상과 재벌정책 토론회에서 "투기자본들은 언제나 양면의 얼굴을 하고 있다"면서 "명분은 대주주의 전횡에 대한 소액주주의 이익 보호를 내세우지만 종국엔 막대한 이익을 챙겨 떠났다"고 밝혔다.

sane@fnnews.com 박세인 전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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