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의 승부수 통한 HDC신라.. 한화는 '상생 전략' 적중
2015.07.10 19:16
수정 : 2015.07.10 21:19기사원문
한화는 기부금 적극 홍보 불꽃축제 등 콘텐츠 어필
탈락한 롯데·SK 등은 기존 사업권 방어에 총력
'HDC신라면세점은 오너의 강력한 의지와 용산권 개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상생 강조와 여의도 관광인프라 개발.'
10일 대기업들 간의 자존심은 물론 향후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경쟁으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시내면세점에서는 세계 최대규모의 도심형 면세점 조성 계획을 발표한 HDC신라면세점이 경제활성화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낙점된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을 후보지로 정한 한화갤러리아도 여의도와 한강의 관광인프라를 활용한 관광객 유치 전략이 주효했고, 막판 KBS와의 한류콘텐츠 제휴도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관광 활성화'라는 명분을 충족시키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지난달 29일에는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해 중국 외교부, 국가여유국·여행사 관계자와 잇따라 면담을 갖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해 줄어든 관광객이 늘어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했다.
이어 이달 2일에는 지방자치단체, 용산상가협회, 코레일과 함께 'K-디스커버리 협력단'을 출범시켰다. 이 자리에서 HDC신라면세점은 용산의 KTX망을 이용해 지방 경제와 국내 관광산업 진흥에 나설 뜻을 밝혔다. 관광인프라를 확충시키고 창출된 수익을 공유하며 '관광객 2000만 시대' 실현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용산권 개발'은 HDC신라면세점이 최종 선정되는 데 힘을 실어준 또 다른 요인이다.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중단되면서 쇠퇴 일로를 걷던 용산권 재개발에 대한 열망에 HDC신라면세점이 열쇠로 작용한 것.
서울시에서도 서부이촌동을 개발할 계획을 세우는 등 면세점이 용산권을 회생시키기 위한 핵심요소로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HDC신라면세점도 침체된 용산전자상가를 일본의 아키하바라를 모델로 부활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양창훈·한인규 HDC신라면세점 공동대표는 "면세점을 통해 대한민국 관광산업과 지역경제를 함께 살리겠다는 장기적인 로드맵과, 이를 구체화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이 높게 평가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출국장 면세점을 운영 중인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도 '서울 입성'에 따라 새로운 면세업계 강자로 위상이 올라갈 전망이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상생'을 강조한 전략과 함께 여의도를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이 심사위원에게 높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지난해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4.7%로 시내면세점에 참여한 기업 중 최고 수준임을 홍보해 왔다. 제주국제공항 면세점의 국내 중소·중견 브랜드의 면적비율도 38.9%에 달하는 등 국내 업체와의 상생이 심사위원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런 맥락으로 한화갤러리아는 이번에 들어서는 면세점 1개층 전체를 100개 이상의 국내 중소·중견 브랜드로 구성할 계획이다. 또 층마다 중소·중견기업 존을 구성해 전체면적의 34%를 국산 중소·중견 브랜드가 차지하도록 할 계획이다.
심사 막바지에 콘텐츠진흥원, KBS 등과 잇따라 체결한 업무협약도 여의도 관광지 활성화에 설득력을 주는 '한 수'로 해석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는 여의도 서울세계불꽃축제 등 관광콘텐츠를 확대하기로 했으며, KBS와는 한류콘텐츠 개발과 함께 4층에 복합 미디어 카페를 열고 방송 현장을 관광객에게 공개하는 등 관광상품을 늘린 것.
한화갤러리아는 이번 면세점 선정을 통해 도심에 집중된 외국인 관광객을 여의도 지역으로 유치, 지역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문화와 관광이 연계된 새로운 쇼핑문화를 만들어 나간다는 구상이다.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대표이사는 "한강과 여의도 지역의 잠재된 관광인프라와 함께 한류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테마형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신개념 면세점사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내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실패한 나머지 대기업은 타격이 우려된다.
신세계는 지난 2월 인천공항 면세점을 통한 수도권 진출에 이어 서울 입성으로 면세업계 강자로 거듭난다는 계획이었지만, 사업권 획득 실패로 기세가 한풀 꺾이게 됐다.
SK네트웍스는 사장이 직접 면세사업에 총력을 다할 것을 지시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으나 사업권 획득에 실패하며, 오는 12월 만료되는 워커힐 면세점 사업권 방어를 위한 전략 수립 마련에 고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면세점도 같은 시기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잠실점의 사업권 방어 계획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면세업계의 눈은 이미 12월로 쏠려 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