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⑩) "줄기세포로 난치병 이길 날 오겠지만, 10년은 걸릴 것"

      2015.07.14 16:51   수정 : 2015.07.14 16:51기사원문
1부. 과학연구 어디까지 왔나 (10)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
유도만능줄기세포란? 여성의 난자 없이 체세포를 분화해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되돌리는 것
iPS로 뭘 할 수 있나? 일본에선 암·파킨슨병 치료 연구… 신약개발 위한 임상시험에도 이용
노벨상을 수상하려면? 답은 없다. 실패 했을때 의외의 결과가 나온다.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노벨상을 수상한 기술인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이용해 난치병 치료와 신약개발을 이룰 것이다. 하지만 줄기세포 치료는 최소 10년이 필요하다."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학교 iPS연구소장은 유도만능줄기세포를 개발한 공로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나는 학자지만 이 연구의 목적이 논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개발한 기술로 최종적으로 환자를 치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야마나카 교수의 뜻대로 교토대에서는 5년 전 'iPS 연구 및 응용센터(CiRA)'를 출범시켰다.

야마나카 교수를 노벨상 수상자로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이미 분화가 끝난 인간의 체세포를 다시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배아줄기(ES)세포 상태로 되돌린 것이다.
2006년 야마나카 교수는 다 자란 쥐의 피부세포를 이용해 난자를 이용하지 않고도 생명체의 초기단계 배아세포를 만들었다고 국제학술지 셀(Cell)지에 발표했다. 당시 이 논문은 현재까지 8000회나 인용될 정도로 유도만능줄기세포 연구의 근간이 됐다. 2007년에는 사람의 피부세포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여성의 수정란을 이용하는 복제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윤리적 문제로부터 자유롭고 본인 체세포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면역거부반응도 없어 현재 줄기세포 연구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 방한한 야마나카 교수에게 노벨상 수상 경험에 대해 들어봤다.

―노벨상 수상의 근간이 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연구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 때문에 의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얼마 뒤 아버지는 난치병으로 돌아가셨다. 이후 아버지와 같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미국에서 포스닥 과정을 밟았다. 이때 미국 글래드스톤 연구소에서 1995년 줄기세포에 대해 알게 됐고 함께 연구하게 됐다. 이후 1996년 일본으로 귀국해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를 계속 진행했다. 지금은 일본의 과학 연구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당시 미국과 일본의 과학 연구환경 격차가 굉장히 컸다. 사실 이 때문에 우울증이 생겨 실험실을 떠날까라는 생각도 했다.

―연구환경에 대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나.

▲다행히 좋은 기회가 왔다. 나라과학기술연구원에서 선임연구자로 스카우트됐다. 그곳은 최신 장비와 우수한 학생들이 있어서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다.

―노벨상을 수상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확실한 답은 없다. 하지만 오랫동안 연구를 하다 보면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결과물이 나올 때가 많다. 실패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결과들이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다.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항상 결과물에 대해 신중히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초과학이 실제 사용되는 응용연구로 발전하려면.

▲미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기초연구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응용연구까지 갈 수 있도록 하는 절차가 있다. 특히 벤처기업들이 기술의 상용화 성공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아시아에서는 위험을 부담하거나 벤처기업에 수반되는 리스크를 감내하지 않는 풍토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제안을 해보자. 벤처기업을 육성해 기술의 상용화를 이뤄내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대학과 대기업 간에 협업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일본 다케다제약의 경우에는 실제 많은 연구자들이 다케다제약 연구소에서 연구를 진행해 기술개발로 이어지게 하고 있다.

―유도만능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설명해달라.

▲지난 2005년 4개의 유전자를 피부세포에 넣으면 세포가 초기화돼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줄기세포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유도만능줄기세포, iPS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 연구는 내가 혼자 한 것이 아니다. 우리 실험실의 젊은 연구자들 덕분이다. 연구를 함께 도와준 3명의 과학자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iPS를 피부세포로 만들었지만 지금은 절차가 더 간소해졌다. 5mL의 소량의 혈액만으로도 iPS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iPS는 만들고 나면 원하는 만큼 확장이 가능하다. 물론 여기에 화학물질이나 여러 가지 성장인자를 추가하면 다양한 유형의 체세포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심혈관세포와 같은 것이다.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어떤 치료제를 만들 수 있나.

▲현재 여러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마사요 다카하시 박사는 안질환에 대한 응용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 등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에서는 의미 있는 연구다. 시력 상실은 망막색소상피세포에 의해 발생된다. 나이가 들면서 이 상피세포가 두꺼워지거나 파열되면서 시력이 감퇴하는 것이다. 다카하시 박사는 이 망막상피세포를 환자 자신의 유도만능줄기세포로부터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를 안질환자에게 적용했는데 7개월이 지났지만 특별한 부작용은 없었다. 특히 수술 전에 진료 때마다 시력이 악화됐지만 현재는 시력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몇 년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준 다카하시 박사는 도파민신경세포(뉴런)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 파키슨병에 유도만능줄기세포 기술을 응용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일단 원숭이에게 효과와 안전성을 실험하고 있는데 인간 대상 실험도 준비 중에 있어 이르면 내년 중 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토 고지 박사는 적아세포로부터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들어 수혈에 이를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가 급속히 되는 일본의 경우 수혈자가 없어 죽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므로 중요한 분야이다. 에토 박사는 일본적십자와 협력해 응용기술을 연구하고 있어 앞으로 수년 안에 임상시험 단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네코 신 박사는 암 치료에 필요한 T림프구 재생에 유도만능줄기세포 연구를 하고 있다. iPS 세포치료술은 환자 자신의 세포로부터 만들기 때문에 이식거부반응 우려가 없는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라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난자나 배아를 이용하는 줄기세포가 아니므로 윤리적 문제도 없다.

―실제 치료제로 발전하는 데 문제는 없나.

▲아직 연구 초기단계다. 따라서 자기 세포로 일일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은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현재 1인당 100만달러 이상은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또 유도만능줄기세포가 분화하기를 기다리는 데 5~6개월이 걸린다. 하지만 심장병 환자들처럼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이 오랜 시간 기다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자가세포가 아닌 미리 수집된 세포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획득하는 '유도만능줄기세포 저장은행(iPS Cell Stock)'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제대혈 등을 통해 미리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들어 놓고 엄격한 검사를 하면 우수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선별해 보관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 자신의 세포로부터 온 것이 아니므로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면역거부반응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연구되고 있나.

▲문제 해결을 위해 인체 백혈구 항원(HLA)을 파악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확보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HLA는 1000종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유전자는 부모로부터 물려받는다. 하지만 10명의 환자 중 같은 조합을 갖고 있는 환자가 없다. 따라서 유도만능줄기세포 라인을 10명의 환자를 위해 만들려면 10명으로부터 다 추출해야 한다. 하지만 HLA호모자이거스 도너를 찾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러한 사람은 500명 중 1명이나 1000명 중 1명이 있다. 이로 인해 똑같은 HLA타입을 찾는 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1명의 유도만능줄기세포 공여자가 10명 중 4명의 환자를 도울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전체 데이터베이스를 연구했더니 140명의 공여자만 있으면 전체 인구의 90%를 커버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신약 개발 연구에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적용한다는데.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사용할 수 있다. 항생제를 사용한 의약품의 경우에는 부정맥 같은 심장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이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많은 제약사들이 심장에서 채취한 종양세포를 사용했다. 하지만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사람의 심장세포 자체를 사용해 부작용 연구가 가능해진다. 또 여러 가지 질병을 연구할 때 환자에게 체세포를 얻어 질병의 경과를 연구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환자 개인에 대한 맞춤 의약품 개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 신약개발을 할 때 짧은 시간 안에 후보군의 효능을 알아낼 수 있다. 쌍둥이가 있는데 한 명이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연골형성부전증을 겪게 됐다. 환아의 경우 뼈에서 연골세포가 충분히 생성되지 않은 것이다. 원래 환자가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려면 최대 65개월이 걸린다. 하지만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수백개의 신약후보군에 대한 테스팅을 동시에 진행했다. 이로 인해 단 3주만에 유도만능줄기세포로부터 연골을 생성할 수 있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적용한 치료는 언제부터 가능할까.

▲사람들은 연구에 성공했다는 기사나 연구가 나오면 당장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기술이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을 전달하는 것은 안된다. 사람의 치료에 적용하려면 더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임상시험을 1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기술개발이 오래 걸리지 않겠지만 많은 환자들에게 적용하려면 10년 내지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을 논문으로 발표하면 환자 가족들에게 많은 e메일을 받는다. 그 기술을 내일 당장 환자에게 시행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실행할 수는 없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53세 △일본 고베대학교 의학학사 △오사카시립대학교 대학원 의학박사 △미국 글래드스톤 연구소 연구원 △오사카시립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교토대학교 재생의학연구소 교수 △알버트 래스커 기초의학연구상(2009년)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교토대학교 iPS연구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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