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냥꾼들에 무방비 노출, 차등의결권·포이즌필 도입을"

      2015.07.15 17:31   수정 : 2015.07.15 21:54기사원문
상장사협-코스닥협 '공동 호소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면서 상장사의 '경영권 방어수단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장사들이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외부 자본의 공격에 대응할 만한 수단이 없어 '포이즌 필'(신주인수선택권)이나 '차등의결권' 등 방어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해외 자본으로부터의 공격에 취약한 기업이 전체 상장사의 7.36%에 달해 이를 막을 만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적대적 M&A 막을 방안 없다

15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공정한 경영권 경쟁환경 조성을 위한 상장회사 호소문'을 발표했다.

정구용 상장회사협의회장은 "현행 한국의 M&A 법제가 공격자에겐 한없이 유리하고 방어자에겐 한없이 불리하게 돼있다"면서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불공정해 적대적 M&A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 개방이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경영권 공격자에 대한 법제는 대부분 폐지된 반면 경영자들의 방어수단을 막는 규제는 오히려 강화돼 왔다는 설명이다.

실제 1997년 외국인의 대량주식 소유제한이 폐지된 이후 인수합병을 시도할 경우 일정 비율 이상 지분을 사도록 강제하는 '의무공개매수'도 폐지됐다. 외국인이 국내 기업 주식을 10% 이상 취득할 경우 해당 기업 이사회로부터 동의를 받도록 한 규제도 사라지면서 '공격자'들의 힘은 강해졌다. 반면 '상호출자제한제도' '계열금융회사의 의결권 제한제도' 등이 신설되면서 경영권 방어자에 대한 규제는 더 강화됐다는 지적이다.

정 회장은 "지난 2003년 SK에 대한 소버린의 공격을 시작으로 KT&G에 대한 칼 아이칸의 공격 등 국내 기업에 대한 투기성 헤지펀드의 공격이 계속됐고 이번에는 삼성그룹마저 공격을 당하고 있다"면서 "투기성 헤지펀드는 먹을 것이 있는 모든 곳을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M&A 관련 법제가 공격과 방어가 균형을 맞추는 공정한 법제로 개선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차등의결권·포이즌필 절실

이들은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 주식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세계 주요 국가에서 이미 보편화된 경영권 방어수단을 우리 기업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포이즌필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기존 주주들에게 싼값에 주식을 대량매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다. 도입 자체만으로 예방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방어수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높고 방어 효과가 크다는 게 상장협의 설명이다.


1주 1의결권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는 차등의결권 제도는 미국, 일본, 영국, 스웨덴 등에서 도입하고 있다.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은 포이즌필과 차등의결권 도입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정 의원은 "엘리엇 사태 이후 기업의 안정적인 경영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차등의결권제 도입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이달 안에 발의하기로 했다"면서 "경영권 보호수단이 거의 없다 보니 기업이 막대한 유보금을 쌓아놓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데 차등의결권 등이 도입되면 이를 활용한 투자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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