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살린 초이노믹스.. 구조개혁은 용두사미 위기

      2015.07.15 17:40   수정 : 2015.07.15 22:23기사원문
가계소득 증가율 반토막 1년새 가계빚은 40兆 증가 부동산 거래는 年100만건
노동·공공부문 야심찬 개혁 소비·내수 위축 우려로 멈칫


지난해 7월 취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취임 당시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와 박스권에 갇힌 주식시장은 물론 투자.소비 등 경제 전 분야에 위기감이 높았던 만큼 최 부총리에 대한 기대감은 적지 않았다.

특히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근로소득증대세제·배당소득증대세제·기업환류세제)'는 내수활성화의 단초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경제계는 이 같은 정책이 부동산시장 활성화에는 어느 정도 기여했다면서도 가계대출 증가라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평가했다.

■가계 소득 증대 정책 효과는

15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총소득(GNI)에서 가계가 가져가는 몫인 가계소득의 비중은 2000년 67.9%에서 2013년 61.5%로 6.4%포인트 하락했다. 이 같은 하락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에 비해 2배를 넘는 것이다. 여타 주요국 하락률은 평균 3%포인트 수준이다. 각종 소득의 증가율이 시원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자수입 등의 재산소득 증가율이 정체된 데다 자영업자 등의 사업소득도 늘지 않고 있고, 임금근로자들이 받는 근로소득도 상승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0년에 8.2%에 달했던 가계소득 증가율은 2014년 들어 4.3%로 반토막 났다.

결국 해당 연도 근로자 평균임금 증가율이 직전 3년간의 평균임금 증가율 평균보다 큰 기업이 그 대상으로, 평균을 초과하는 임금 증가분에 대해 중소.중견기업은 10%, 대기업은 5%의 세액공제를 받도록 하는 근로소득 증대세제의 효과는 적어도 최 부총리 취임 후 반년 동안은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기업의 당기 소득 중 투자액·임금증가·배당에 지출한 금액을 공제한 금액에서 10%의 세율로 추가 과세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와 고배당주식 배당소득의 원천징수세율을 기존 14%에서 9%로 인하하는 배당소득 증대세제도 '기업 소득의 가계 이전'이라는 정책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팽배하다.

배당확대 정책의 취지와 달리 외국인 투자자들 배만 불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배당 증가분이 외국인과 대주주에게 쏠리고 있다는 점, 금융소득은 실물 소비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금융 재투자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정책 수혜자와 목적에서 문제점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반면 부동산 거래량이 증가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 부총리 취임 이후 주택매매거래량이 늘면서 지난해 연간 100만건을 돌파했다. 연간 주택매매거래량이 100만건을 넘어선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올 들어서는 거래량이 더욱 늘어 상반기에만 61만건을 넘어섰다.

문제는 가계부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5년 3월 말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 총량은 1099조3357억원이다. 최 부총리가 취임하기 직전인 지난해 6월 말 1058조8904억원에 비해 약 40조원 가까이 늘었다. 가계부채의 증가폭은 더 가파른 상황이다. 작년 상반기 5조8000억원 수준이던 은행 가계대출 증가폭은 올해 상반기 33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4대 구조개혁 안하나 못하나

정부는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기를 연상시키는 구조조정이란 날 선 어감 대신 IMF가 새롭게 정의한 '구조개혁'을 제시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문제, 기업과 가계의 소득불균형,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 내수와 수출의 불균형, 경쟁력을 상실한 제조업체 퇴출 등을 담고 있다.

노동시장과 공공부문 개혁이 첫 타깃이었다. 지난해 7월 말 최경환 부총리는 노사정 첫 대표자 간담회에 참석하며 노동시장 구조개혁 추진의 신호탄을 쏘았다.

취임 2주 만이었다. 2013년 12월 탈퇴를 선언한 한국노총도 7개월 만에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최 부총리의 일성이 신선하게 회자됐다. 여느 보수정치인들과는 결이 다른 목소리였다. 개혁에 대한 기대감은 커져갔다. 분위기가 전환된 건 약 4개월 뒤인 11월부터다. "정규직 보호가 과도하다" "정규직 해고요건을 완화하겠다"는 최 부총리와 세종 관료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려던 비정규직 처우개선이 정규직의 중규직화냐는 비판이 연일 쏟아졌다. 정규직의 중규직화 구상은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한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연세대 박진근 명예교수는 "경기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정규직을 흔드는 구조개혁은 소비와 내수를 위축시킬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조개혁 과제는 한계기업 문제다. 하반기 경기부양이 급선무로 떠오른 상황에선 구조개혁 작업 역시 엉거주춤한 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다.
한계기업 퇴출 지연은 저금리정책의 또 다른 부작용이다. 일정한 충격만 가해져도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은 출신 한 경제전문가는 "미국의 금리 인상은 이미 '예고된 빅 이벤트'라는 점에서 그 충격을 일정 부분 흡수할 수 있겠지만 만일 한계기업 중 제법 규모가 큰 두어 곳만 도산할 경우 대외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져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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